서해 바다와 흩어져 있는 섬들의 비경, 정성스럽게 화폭에 담다

한국산채수묵회, 시원한 가을바람 속 군산 고군산군도 실경 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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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교각위에 자리를 폈다. 바다와 섬 사이를 가로지르는 교각과 보도 위에 이젤을 펼치니, 눈앞으로 펼쳐진 풍경 자체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다가왔다.

저 멀리 선유도의 주봉인 망주봉이 묵직하게 솟아 있고, 그 아래로 선유도해수욕장의 해안선이 부드럽게 이어졌다. 푸른 바다와 섬의 능선, 그리고 하늘이 맞닿은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붓을 들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대로 옮기기보단 바다 건너 불어오는 바람의 결을 따라 마음에 스며드는 선유도의 모습을 담아보려 했다. 짙고 옅은 먹을 겹쳐가며 산과 바다의 거리를 표현하고, 비워둔 여백 속에는 서해의 넓은 숨결을 남겨두었다.

한국산채수묵회가 가을의 정취가 완연한 8일, 군산의 대표적인 명소인 고군산군도 일대에서 정기 사생 활동을 펼쳤다. 매월 두 차례씩 전국의 아름다운 산하를 찾는 회원들은 이번 사생 장소로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군산 고군산군도를 택했다.

사생에 참여한 40여명의 회원들은 고군산군도를 연결하는 거대한 교량 위와 도로변에 야외 화구를 펼치고 창작에 몰두했다. 작가들은 차가운 바람과 따가운 가을볕 아래서도 모자와 양산을 활용해 햇빛을 가려가며, 눈앞에 펼쳐진 수려한 서해바다와 흩어져 있는 섬들의 비경을 정성스럽게 화폭에 담아냈다. 현장에서 직접 먹을 갈고 붓을 움직이며 실경을 포착하는 작가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다리를 지나던 관광객들과 운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현장의 온기를 더했다. 붓끝에서 실시간으로 피어나는 먹의 번짐과 정교한 필선은 푸른 바다 및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거대한 자연 예술을 완성해 나갔다.

홍성모 화백은 "초가을의 하늘이 참 좋았다. 햇살은 한층 부드러워지고, 바람 끝에는 계절이 바뀌는 은은한 기척이 묻어났다. 무주에는 어느새 사과빛을 닮은 단풍이 산자락마다 번지고 있었다"면서 " 이른 아침 무주를 출발해 점심 무렵 화우들과 합류했다. 따뜻한 점심식사를 나누며 반가운 안부를 주고받고, 전주에서 온 경산 송관엽 형과 나란히 앉아 스케치하는 시간도 참 즐거웠다. 같은 풍경을 마주하면서도 서로 다른 시선과 붓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일. 그것이 화우들과 함께하는 사생의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한국산채수묵회는 관념적인 이상향을 그리던 전통 산수화에서 한 걸음 나아가, 전국의 산과 바다를 직접 발로 뛰며 체득한 생명력과 감동을 현대적 수묵으로 풀어내는 작가 단체다. 조선시대 진경산수화가 보여준 ‘실경을 직접 보고 느끼며 표현한다’는 정신을 계승하면서, 현대적인 감성과 각자의 조형언어를 더해 자연을 해석하고 있다.

회원들은 매월 두 차례 화구를 메고 우리 산하를 찾아 자연과 마주한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산과 들, 나무와 꽃, 계절의 변화 속에서 발견한 생명성과 미감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현장에서 얻은 감동과 사색은 작가마다 서로 다른 필법과 화면 구성으로 표현되며, 이를 통해 한국산채수묵회만의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한국산채수묵회 박창구회장은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실경 정신을 계승해 자연 속에서 직접 호흡하고 교감하는 것이 산채수묵의 본질"이라며, "이번 군산 고군산군도 사생을 통해 자연이 주는 깊은 울림과 가을날의 아름다운 미감을 각자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생생히 담아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앞으로 현장에서 생동감 넘치게 그려진 작품들은 향후 정기 전시회를 통해 미술 애호가들과 대중들에게 선보여질 예정이다. 회원들이 자연 속에서 마주한 순간의 감흥과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사유가 한 점 한 점의 작품에 담겨 관람객과 만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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