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올해는 오늘날 한글날의 출발점이 된 ‘가갸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1926년 일제의 엄혹한 탄압 속에서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조선어연구회가 첫 기념일을 선포했던 그 숭고한 정신은,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전 세계가 사랑하는 한글의 눈부신 문화적 위상으로 만개했다. 이러한 역사적 분기점에서 예향(藝鄕) 전북의 서예인들이 붓끝으로 빚어낸 두 개의 특별한 전시회는 한글의 예술적 가치와 미래적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하며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먼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주관한 청년작가 특별전 「우리 글씨, 날로 쓰이다」는 청년 서예가들의 감각을 통해 한글 서예의 현대적 생동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날로 쓰인다’는 주제 속에는 세종대왕이 백성들이 일상에서 ‘날마다 편하게 쓰도록’ 바랐던 민본 정신과, 한글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날로 새로워진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통적인 서법에 안주하지 않고 개성 넘치는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작가들의 필치는, 한글이 고착된 유산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살아있는 예술’임을 웅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연의 품에서 펼쳐지는 전북한글서예협회의 한글날 제정 100주년 기념전 ‘김제 금산에 한글이 날다’는 서예 전시의 패러다임을 바꾼 신선한 시도로 다가온다. 정형화된 실내 전시장을 과감히 벗어나 모악산 금산사 황금모악길의 가을바람 속에 130m에 달하는 한글 서예 깃발을 나부끼게 한 것이다. 자연과 서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이 야외 깃발전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한글의 조형미와 먹향을 자연스럽게 호흡하도록 이끈다. 모악산의 푸른 자락에서 자유롭게 날아오른 한글 글씨들은 문자의 한계를 넘어 대중과 소통하는 생태 예술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북에서 피어난 이 두 개의 축제는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우리 글씨의 예술적 지평을 넓히고 미래 100년의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최근 외래어와 국적 불명의 신조어가 일상을 잠식하는 현실 속에서, 붓과 먹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한글의 조형적 우수성과 예술성은 우리 문화의 굳건한 뿌리를 되찾아주는 등불과도 같다.
100년 전, 어두운 시대 속에서 우리 글을 지키고자 했던 선열들의 작은 외침은 이제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문화 영토의 기반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그 바통을 이어받아 한글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등 글로벌 예술 콘텐츠로 승화시키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전북의 청년 작가들이 보여준 혁신적 필치와 모악산 자락에서 날아오른 한글의 날갯짓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깊은 먹향으로 스며들기를 기대한다.
[사설] 전북의 먹향, 우리 글씨의 미래를 붓끝으로 열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청년작가 특별전 ‘우리 글씨 날로 쓰이다’ 전북한글서예협회, 한글날 제정 100주년 기념전 ‘김제 금산에 한글이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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