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영조와 정순왕후의 국혼 행렬을 전주 한지로 되살아난 입체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전주문화재단이 8일부터 한지산업지원센터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역사의 기록, 공예와 만나다 – 영조 정순왕후 가례 행렬」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조선 제21대 국왕 영조와 정순왕후의 국혼 행렬을 기록한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를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한 전시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에 걸쳐 추진된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 한지 재현 사업’의 결과물로, 조선 왕실의 기록문화와 전주 전통한지의 조형적 가치를 함께 보여준다.
전시장엔 반차도 원본 50면, 전체 길이 70m 가운데 핵심 부분을 25m 규모의 행렬 파노라마로 구성해 선보인다. 왕실 인물과 기마, 가마, 의장물 등 약 1,200점의 작품이 하나의 행렬로 이어지며, 평면 기록화인 반차도를 입체적인 공간 작품으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행 렬을 구성하는 작품은 종친과 문무백관, 나인, 호위무사 등 궁중 인물 약 500명을 비롯, 기마 100 여필, 가마 4채, 깃발과 일산, 부채, 무구류 등 의장 기물 약 600점으로 구성됐다. 인물의 복식과 옷주름, 표정과 동작을 비롯해 말의 형태와 마구, 가마와 의장물의 세부 형태까지 한지로 정교하게 표현해 조선 왕실 혼례 행렬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작품은 역사학자들의 사료 자문과 고증을 바탕으로 한 전통 한지공예 기법이 활용됐다. 철사로 뼈대를 만든 뒤 전주 한지를 여러 겹 덧바르고 건조하는 과정을 반복해 형태를 완성했으며, 인물의 피부 표현에는 커피 염색을 활용했다.
정순왕후는 정읍 칠보면 출신으로, 조선왕조 500년 역사 속에서 호남에서 유일하게 왕비가 된 인물이다. 적의, 원삼, 당의 등 왕실 예복과 문무관의 복식은 한지를 배접하고 성형해 표현했다. 또, 인물의 눈매와 입매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손으로 작업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작품은 양미영 한지조형작가가 만들었다. 그는 2016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국제문화유산박람회를 시작으로 파리 7대학 초청전, 레오나르도 다빈치 서거 500주년 기념 초대전 등에 참여, 한지공예와 한국 기록문화의 가치를 해외에 소개해왔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의 한국문화원에서 순회전을 개최하며 작품을 선보였다. 외규장각 의궤가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로 반출됐다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의궤에 기록된 왕실 행렬을 우리 전통한지로 재현해 선보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재단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지산업지원센터 기획전시실을 한지와 전통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작품을 활용한 역사·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해 전통한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한지문화와 산업의 지속적인 활성화로 이어갈 방침이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조선 왕실의 기록문화와 전주의 전통한지가 만나 탄생한 작품을 시민과 관광객에게 선보이는 자리”라며 “260여 년 전 왕실 혼례 행렬을 한지 조형 작품으로 만나며 우리 기록문화와 전통한지의 가치를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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