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으로의 르네상스

[책마주보기] 피에르 드 롱사르의 '이 시대의 비참에 대한 논설'(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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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시대의 현실을 마주하는 관점에서 시인의 역할은 실로 지대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16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프랑스 종교전쟁은 롱사르의 시 세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당시 프랑스를 대표하는 궁정시인이었던 그는 정치적‧종교적 갈등이 불러온 전쟁의 한복판에서 내란의 참담함을 목도하며 불행을 부정하는 시대의 무지를 비판하고 진실을 발화하는 시적 언어의 위엄을 되살리려 한다.

당시 언어유희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시 정신에 환기의 충격을 가하며 시의 가치와 시인의 역할을 새로이 제시한다. 르네상스를 관통하는 풍부한 다양성의 시 세계를 지향했던 롱사르에게 전쟁은 ‘말의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왜곡된 언어로 넘쳐나는 비극이었고, 불화가 지배하는 단절의 세계였다. 롱사르는 평화가 사라진 암흑 속에서 시의 진실된 목소리가 사라질 것을 경계하며 시인으로서의 인문정신 즉 시인정신을 촉구한다. 인간의 존엄과 삶의 가치를 탐색하려는 그의 시도는 갈등과 반목, 단절을 일삼는 일상에서 벗어나 성질이 다른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는 꿈을 노래하는 시편들을 낳았다.

그의 시편에서 장미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사랑의 힘을 읊기 위함이었고, 흐르는 강물을 시행으로 데려온 것은 스스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였다. 또한 그에게 꿈은 허구의 속성처럼 ‘비어 있음’이지만 가볍고 비어 있기에 언제나 채울 수 있는, 무한한 상상의 공간이자 자유로운 시적 자아의 정신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길, 아무도 오르려 하지 않는 길이었으나 망각의 저편에 숨겨진 화합과 조화에 대한 갈망의 소리를 시의 언어로 불러오고자 했던 것이다.

다분히 시의 언어와 시인의 역할에 천착하면서 시대의 진리를 드러내는 책임이 시에 있다고 확신한 롱사르는 시인의 말과 정치적 욕망에 교집합이 있다고 여겼다. 문예에 국왕의 관심을 권유하기도 하고, 신이 부여한 사명을 잘 완성할 수 있도록 군주를 올바름으로 이끄는 롱사르의 어조에는 만인을 염려하는 엄중함이 배어 있다. 그가 호명하는 만인은 연속성을 지님과 동시에 화목을 가능하게 하는 지상의 힘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정치와 결탁하고 복종의 길을 가는 인간의 나약함을 개탄해 마지않는다. 오히려 전쟁의 혼돈 안으로 깊이 파고들어 시대의 아픔을 두 눈으로 직시하도록 시인을 이끌려 했다. 그가 열망하는 세계의 어우러짐은 미적인 영역이지만 그 미학의 속성 또한 현실의 다양성을 배면하고 있기에 전쟁이라는 시대의 참혹한 현실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견지였다.

인간의 존엄이 파괴되고 불안이 둘러싸고 있는 시대의 현실 앞에서 모두가 소통하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 했던 롱사르의 시 정신은 문학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절망의 시대에도 문학이 숨을 쉬듯 시대를 읽는 르네상스는 과거, 현재, 미래에 살아있다.



이지혜 작가는



《미당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 <나주디카시>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부안독서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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