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 완주군, 수소 넘어 `피지컬 AI'로
완주군이 지역 산업과 직업교육을 연결하는 새로운 지방교육 혁신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국 최초의 수소에너지고등학교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수소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의 기반을 마련한 완주군은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피지컬 AI(Physical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관내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의 교육체계를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스마트 제조 분야로 확장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학교의 학과를 개편하는 차원을 넘어, 완주군의 전략산업과 학교, 대학, 기업을 하나의 교육·산업 생태계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편집자 주
△ 수소에너지고 성공 경험, 새로운 교육혁신의 토대
완주군의 새로운 도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소에너지고등학교의 사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완주군은 수소산업을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설정하고 교육기관, 기업, 대학 등과 협력해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집중해 왔다.
특히 협약형 특성화고 모델을 통해 지자체와 교육청, 대학, 기업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산업 현장의 수요를 교육과정에 적극 반영했다.
학교 역시 기존의 교육과정을 지역 산업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졸업 후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방식은 단순히 '학생을 교육하는 학교'를 넘어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지역에서 직접 키우는 학교'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성장한 인재가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다시 지역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하나의 해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 가상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로… 피지컬 AI 인재 양성
완주군이 주목하고 있는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콘텐츠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피지컬 AI는 앞으로 제조업과 모빌리티,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흐름에서 한국게임과학고의 기존 교육역량은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갖는다.
게임 개발을 통해 축적해 온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 그래픽, 시뮬레이션 등의 역량을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 기술과 결합한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이해하는 실무형 AI 인재를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의 게임 개발 기술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교육의 영역을 '가상에서 현실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 완주 산업단지와 학교 연결
피지컬 AI 교육의 또 다른 핵심은 지역 산업과의 연계다.
완주군에는 자동차·상용차 부품을 비롯해 수소 관련 산업과 제조업 기반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공장과 자동화 기술이 접목되면서 제조 현장에서도 AI와 로봇 기술을 이해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특성화고에서 피지컬 AI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지역 기업에서 현장실습과 취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구축된다면, 학교와 산업단지가 하나의 거대한 교육장이 될 수 있다.
학교에서 AI를 배우고, 대학에서 기술을 고도화하며, 기업에서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 지·산·학 협력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완주군이 추진해 온 수소산업 인재 양성 모델을 AI와 로봇, 스마트 제조 분야로 확장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중요한 것은 '학교 이름'이 아니라 교육 생태계
다만 피지컬 AI 특성화고 전환을 위해서는 신중한 검토도 필요하다.
기존 학교의 정체성과 교육역량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 수소에너지 관련 교육과 피지컬 AI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결합할 것인지, 또는 AI·로보틱스 중심으로 교육체계를 전면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특성화고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학과 개편이나 학교 명칭 변경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교사 역량 강화, 실습장비 구축, 대학과의 연계, 기업 현장실습, 졸업생 취업처 확보 등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행정과 교육계, 의회, 대학, 산업계, 전문가 등이 충분한 공론화를 거친다면 완주군만의 차별화된 교육 모델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 '지역이 키운 인재가 지역을 바꾼다'
완주군이 추진하는 교육혁신의 가장 큰 의미는 교육을 산업정책의 주변부가 아니라 지역산업 육성의 핵심 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데 있다.
수소산업을 육성하면서 수소에너지고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AI와 로봇, 스마트 제조라는 미래산업에 맞춰 새로운 인재양성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도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지역 산업에 맞는 특화교육을 제공하면 전국에서 학생이 찾아오고, 학생이 지역 기업에 취업하면 청년 인구의 지역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까지 연결되면 교육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역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학교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완주군이 수소에너지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피지컬 AI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소가 완주군의 친환경 산업을 이끄는 동력이었다면, 피지컬 AI는 지역 제조업과 모빌리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는 새로운 날개가 될 수 있다.
수소에서 피지컬 AI로 이어지는 완주군의 교육·산업 혁신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이는 지방소멸 시대에 지자체가 산업과 교육을 어떻게 연결하고 지역의 미래 인재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완주형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관내 직업계고의 경쟁력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특성화고 학과 재구조화와 신규 설립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전북도교육청 등 관계 기관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완주의 산업 기반과 연계한 특성화 교육 환경을 차질 없이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완주=윤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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