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농촌 빈집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정비사업은 여전히 ‘철거’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창업·숙박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빈집이 5만6천호에 달하지만 실제 재생·활용으로 이어진 사례는 1% 남짓에 그쳐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정읍·고창)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2025년 연도별 빈집 현황 및 빈집정비실적’ 자료에 따르면 전국 농촌 빈집은 2023년 6만5,019호에서 2025년 8만4,200호로 3년 사이 1만9,181호, 29.5%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4년 7만8,095호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만4,200호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빈집 증가 속도에 비해 정비 실적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빈집 정비 실적은 2023년 7,739건, 2024년 7,882건, 2025년 7,935건으로 매년 7천~8천건 수준에 머물렀다. 전체 빈집 대비 정비 비율도 2023년 11.9%에서 2024년 10.1%, 2025년 9.4%로 오히려 낮아졌다.
더 큰 문제는 정비 방식이다. 지난해 전체 정비 실적 7,935건 가운데 단순 철거가 7,315건으로 92.2%를 차지했다. 반면 주거·창업·숙박 등으로 재생한 ‘활용’은 620건으로 7.8%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해 활용 가능한 농촌 빈집은 5만6,061호에 달했지만 실제 활용된 것은 620건에 그쳐 활용 가능 빈집 대비 활용률은 1.1%에 불과했다.
활용 실적은 최근 3년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2023년에는 활용가능 빈집 2만8,906호 가운데 201건만 활용돼 0.7%에 그쳤고, 2024년에도 4만8,414호 가운데 308건, 0.6%에 머물렀다.
결국 수리와 재생을 통해 새로운 주거·창업·숙박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빈집의 상당수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전북, 활용 실적 전국 최고지만 비율은 3.2%
지역별 격차도 나타났다.
2025년 기준 전남은 활용가능 빈집이 9,580호에 달했지만 실제 활용은 64건에 그쳐 활용률이 0.7%에 불과했다. 경북도 활용가능 빈집 1만1,733호 가운데 51건만 활용돼 0.4%에 그쳤고, 충남 역시 6,002호 중 35건으로 0.6% 수준이었다. 경기도 1,856호 가운데 활용된 빈집은 5건에 불과했다.
전북은 활용 실적 자체는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활용가능 빈집 8,137호 가운데 257건이 활용돼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다만 활용률은 3.2%로, 활용 가능한 빈집의 상당수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개선 과제가 남아 있다.
‘농촌 빈집은행’도 거래 활성화 못해
정부가 빈집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 중인 ‘농촌 빈집은행’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년 8월 기준 전국 농촌 빈집은행에 등록된 매물은 177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실제 매매나 임대가 성사된 건수는 60건으로, 매매 42건과 임대 18건을 합친 수치다.
등록 매물 대비 거래 성사율도 33.9%에 그쳤다.
농촌 빈집이 전국적으로 8만4천호를 넘어선 상황을 고려하면 빈집은행에 올라오는 매물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윤준병 의원은 농촌 빈집 문제를 단순한 주택 문제가 아닌 지방소멸 대응 차원의 핵심 과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농촌 소멸을 막기 위한 귀농·귀촌 인구 유입의 핵심 열쇠는 바로 주거 공간”이라며 “농촌 빈집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철거 및 활용 등 대응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활용 가능한 빈집에 대한 정비 실적이 활용가능 빈집 대비 1%에 불과한 것은 빈집 정비사업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년 6월 시행 예정인 ‘농어촌 빈집 정비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윤 의원은 “2027년 6월 17일 특별법이 시행되면 강제이행금 부과나 직권 철거 등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만 법 시행만 기다려서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농촌 빈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특별법 시행 전이라도 빈집 실태조사 체계를 고도화하고, 농촌 빈집은행에 대한 세제 감면과 리모델링 융자 등 매물 등록 유인책을 마련해 민간 수요와 연결할 것을 주문했다.
윤 의원은 “농촌 빈집을 무조건 철거할 것이 아니라 활용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빈집을 귀농·귀촌인의 주거공간이나 청년 창업, 농촌 체류·관광 공간으로 재생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비·재생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정종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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