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삶의 상행선과 하행선 사이에서

공유
기사 대표 이미지

[새전북신문] 얼마 전, 여수에 갈 일이 있어 차를 몰고 길을 나섰다. 탁 트인 고속도로를 달리며 나란히 뻗은 상행선과 하행선을 번갈아 보다 보니, 문득 우리 삶이 저 두 갈래의 길과 무척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길은 세상의 중심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가야만 하는 상행선이고, 다른 하나는 막힐 것에 대한 부담 없이 편안하게 내달릴 수 있는 하행선이었다.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걱정스러움과 아랫녘으로 내려간다는 홀가분한 마음의 차이는 단순히 목적지까지 걸리는 물리적인 시간과는 상관이 없었다. 그것은 오로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의 ‘마음의 무게’가 달랐기 때문이다.



올라가는 길은 처음엔 막힘도 없고 차량도 많지 않다가, 목적지인 그곳에 다다를수록 극심한 정체가 시작되고 제 길을 찾으려는 분주함이 더해진다. 반면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내려가는 길은, 아래로 향할수록 오히려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끼며 갈 수 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 성공이라는 아득한 정상을 향해 중력의 저항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가파르게 오르는 고단한 여정과도 같다. 이 시기의 우리는 더 높은 성적, 더 좋은 직장, 더 넓은 집을 향해 끊임없이 오늘이라는 애틋한 여백을 지워가며 내일을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각자의 절절한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이십 대와 삼십 대를 거쳐, 책임감의 무게와 함께 사십 대와 오십 대의 삶까지 우리는 철저히 상행선 위에 놓여 있다.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압박감, 남들보다 빨리 진입해서 절대 밀려나지 않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우리를 채찍질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떼며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동안의 답답함 속에서,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오직 앞차의 꽁무니만 쫓아가는 숨 가쁜 질주가 이어진다. 우리는 무언가를 더 채우고, 더 높이 쌓아 올리기 위해 삶의 많은 부분을 기꺼이 희생하며 상행선의 피로를 견뎌왔다. 하지만 상행선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쟁취하는 법만을 가르칠 뿐, 안타깝게도 유연하게 내려가는 법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러나 답답했던 마음의 정체를 풀고 여수를 향해 달리던 그날의 하행선처럼, 삶에도 방향을 틀어 달려가는 시기가 어김없이 찾아온다. 현실의 거대한 벽 앞에서 굳건했던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거나, 치열했던 사회생활의 막을 내리고 삶의 후반부로 진입하는 순간이 바로 그렇다. 내려간다는 것이 결코 추락이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끝없는 정체와 경쟁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진 후에서야 온전한 홀가분함과 해방감이 찾아오고, 비로소 삶의 소중함이 무엇인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제는 남들의 속도에 휩쓸려 가속하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긴장할 필요가 없다. 오직 내 마음의 박자에 맞춰 천천히 달리거나, 마음에 드는 그림 같은 풍경 앞에서는 잠시 차를 세우고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되찾아야 한다. 무언가를 채우려 안달하며 자신을 갉아먹던 마음에서 벗어나, 이미 내게 주어진 것들의 눈부신 가치를 깨닫고 무거운 짐을 덜어내는 법을 자연스레 배우는 것이다.



결국 상행선과 하행선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도로가 향하는 방향이나 목적지까지의 소요 시간이 아니라, 내 안에 담긴 욕심의 무게다. 더 높은 곳을 향한 묵직하고 뜨거운 열망이 삶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원동력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면, 이제는 때가 되어 덜어내고 기꺼이 비워내며 얻게 되는 평안함이 남은 시간을 든든하게 지탱해 준다.



오늘도 누군가는 핏대를 세우며 치열한 상행선을 오르고, 누군가는 창문을 내린 채 삶의 굴레를 벗어나 여유로운 하행선을 달린다. 꽉 막힌 상행선의 고단함을 기어이 통과해 본 사람만이 하행선이 내어주는 진정한 쉼을 만끽할 수 있기에, 그 어느 길 하나 버릴 것 없는 눈부신 우리네 인생이기에 박수를 보낸다. 언젠가 다시 차를 몰고 새로운 여정을 나설 때, 그 길이 상행선이든 하행선이든 내 마음에 얹힌 짐의 무게를 먼저 가만히 가늠해 보아야겠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길은 선명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여전히 아득하지만,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운전대를 쥔다면, 우리가 향하는 그곳이 어디든 꽤 근사한 드라이브가 될 테니까!

/고석헌(우석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