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문화유산을 관리하다 보면 같은 곳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혹자는 그게 무슨 문제냐 하실 수도 있다. 목재가 썩으면 새 부재로 교체하고 벽체가 떨어지면 다시 미장하면 될 일 아닌가. 물론 훼손된 부분을 수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몇 년 뒤 같은 곳에서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면 한 번쯤은 ‘어떻게 고칠 것인가’보다 ‘왜 이곳이 계속 훼손되는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화유산의 훼손은 반드시 건물 자체의 문제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오히려 건물 자체보다 주변 지형이나 배수 상태, 건물의 배치와 높이 차이처럼 얼핏 건축물과 직접 관계가 없어 보이는 조건에서 문제가 시작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처마가 짧거나 기단이 넓어 빗물이 기둥 하부에 반복적으로 튀면서 목재가 부후되기도 하고, 경사지에서 흘러내린 물이 건물 쪽으로 유입되거나 기단 주변에 적절한 배수시설이 없어 습기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목재 일부가 썩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둥 하부의 부후가 심해지면 건물의 하중을 제대로 지지하지 못해 구조적인 변형이나 기울어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지속적으로 습한 환경은 흰개미와 같은 생물피해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기도 한다. 결국 눈앞에 나타난 하나의 훼손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훼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에 문화유산돌봄센터에서는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한 번의 조사만으로는 단순한 노후화처럼 보이는 현상도 해마다 같은 장소를 살펴보면 반복되는 훼손인지, 주변 환경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금씩 드러나며 이러한 현장 정보를 지자체와 공유하고 필요한 보수와 관리 방향을 함께 검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금년도에 보수가 이루어진 남원 금남재(전라북도 기념물)의 내삼문도 그런 곳 중 하나이다. 금남재는 조선 전기 문신인 금남 오응(1422∼1470) 선생이 할아버지의 묘 근처에 세운 재실로 알려져있다. 금남재에는 재실 외에 사당이 있고 그 앞에 내삼문이 자리하고 있는데, 두 건물 사이에 높이 차가 있어 사당에서 내삼문 방향으로 경사가 형성되어 있다. 내삼문은 계단 바로 아래 낮은 곳에 자리하여 비가 오면 위쪽에서 내려오는 빗물과 낙수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이에 따라 건물 배면 기둥 하부는 수분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부후가 진행되고 기둥 지지력이 약화되어 기우는 등 오랜 시간 모니터링하면서도 계속해서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었고 결국 보수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보수 후 특히 눈에 띈 것은 훼손된 기둥만 새것으로 교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 초석 대신 높이가 있는 장초석 석주를 사용하여 목재 부후를 차단하였으며 내삼문 측면에도 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기존의 건축적 조건에서 반복되던 문제를 고려해 수리 방법을 달리한 것이다. 물론 내삼문이라는 건물의 성격과 현장 여건이 있었기에 가능한 방법이었겠지만 훼손된 부분만 원상회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재발 가능성까지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것이 예방보존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방보존이라고 하면 거창한 시설이나 첨단 장비를 먼저 떠올릴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반복되는 작은 변화를 꾸준히 기록하고 그 원인을 찾아 더 큰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역시 예방보존이며 수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썩은 목재를 얼마나 잘 교체했느냐 뿐 아니라 왜 썩었는지를 살피고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번 금남재의 보수는 현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축적한 정보와 행정, 그리고 실제 수리 현장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문화유산은 한 번의 수리로 관리가 끝나는 대상이 아니다. 수리한 뒤에도 다시 살피고 변화가 나타나면 기록하며 그 결과를 다음 관리와 수리에 반영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 현장의 작은 관찰이 정보가 되고 그 정보가 실제 보수에 반영되고 다시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 어쩌면 문화유산을 오래 지키는 일은 이러한 작은 연결과 반복에서 시작될 수 있다.
한편, 전북동부 문화유산돌봄센터는 국가유산청과 전북특별자치도청의 지원을 받아 도내 동부권역 8개 지역의 390개소 국가유산을 관리한다. 국가유산의 정기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재질별 전문 모니터링, 경미한 수리와 일상적 관리를 통해 예방 보존하고 있으며, 국가유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존 및 관람환경을 개선한다. /최유지(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 모니터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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