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몽상을 깁는 남자의 이야기'가 8일부터 14일까지 전주 서학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적요 화가가 8일 오후 5시 '몽상을 깁는 남자' 첫발을 딛기 위해 책 속에서 숨쉬는 그림들과 함께 북 콘서트를 갖는다.
아들 이수함(뮤지컬 배우)군이 아버지 전시회및 북 콘서트를 위한 짧은 공연을 준비했다.
작가는 "폭력으로 물들었던 여름이 시나브로 들어오는 가을 앞에 몽니를 부리는 나날들이다. 아침 저녁으로 가을 바람은 수줍은 얼굴을 내밀고 차가운 이슬을 저장하는 듯 하다"면서 "새책 "몽상을 깁는 남자" 첫발을 딛기 위해책 속에서 숨쉬는 그림들과 함께
book concert 소식을 전한다"고 했다.
'몽상을 깁는 남자 - 화가의 삶을 꿰매는 이야기(작가 이적요, 펴낸 곳 파자마)'는 고독한 화가의 바느질 드로잉과 철학적 사유가 몽상적으로 전개되고 박제되는 그림 에세이이다.
일단 예쁜 그림이 많다. 글 주제에 따른 그림의 배치가 아름답고 황홀하다. 그와 함께 커피 한잔 들고 기억여행, 몽상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몽상을 깁는 남자'는 단순한 예술가의 기록이 아니다.
이 책은 삶과 예술, 철학과 아포리즘이 서로 얽히며 직조된 하나의 작품이다. 독자는 책을 읽는 순간, 화가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그의 사유와 감정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책은 화가의 삶을 따라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언어와 사유다.
“나는 실패 속에서만 진실을 본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예술의 본질을 드러내는 철학적 선언이다. 그의 아포리즘은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며, 독자에게 자기 존재를 성찰하게 만든다.
예술은 언제나 작가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는다. 몽상을 깁는 남자는 바로 그 점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한 화가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동시에 탐구하며, 그의 삶과 철학, 그리고 아포리즘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묻는다.
작가는 그림을 단순한 직업이나 표현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예술을 삶 그 자체로 받아들이며, 매일의 고통과 희망을 화폭 위에 직조한다.
“그림은 나의 숨결이며, 나의 침묵이다”라는 그의 고백은 예술과 존재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그는 사회적 규범이나 미학적 전통을 넘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는 단순한 미술적 성취를 넘어선 철학적 실천이다.
작가는 “파편화된 기억을 발효시키고 이를 바느질 드로잉으로 엮어 내면의 우주를 확보하는 과정이 곧 나의 작업”이라고 말하곤 한다.
바느질로 기억과 고독을 봉합해가는 그의 작업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꽃길이 열린다.열어놓은 차의 썬루프와 차창으로 들어서는 꽃잎들 4월을 노래한다. 겨울에 머물러 있는 나의 계절의 눅눅함을 꽃잎들이 감미롭게 어루만진다. 나무는 언제나처럼 변신의 천재가 되어 긴 겨울을 이겨낸다.
축복처럼 만개한 꽃들의 질서는 잘 살아온 사람의 세월과 맞물려 있다. 닮아있다. 알레그로 마 논트로포(allegro ma nontroppo)로 연주되는 음악의 악장을 허밍한다. 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고 적당하게, 오감이 열리는 시간이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주름진 얼굴에 충만한 미소가 피어난다. 뭉게구름처럼 피어난다'
작가는 한때 모악산 중턱에서 12년 동안 화실을 열고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 있었다. 마당에 자목련과 백목련이 나란히 서 있었고 그 사이로 바라보는 경각산은 내게 늘 따뜻한 기운으로 살아났다.
모악산과 마주 보고 있는 산이 바로 경각산이다. 봄을 듣고 싶을 때면 여기저기 헤맸다. 경각산 허리를 끼고 이어지는 길을 헤매다니다가 국사봉 전망대를 지나 잔잔한 운암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길 위에서 만난 4월의 숨소리가 푸른 행복이라고 속닥거린다. 이에 질세라, 멀리 보이는 운암대교 위에도 봄이 넘실거리고 물결도 춤을 준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화가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고통과 희망, 고독과 사랑을 함께 경험한다.
몽상을 깁는 남자는 한 화가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보편적 이야기다. 작가의 삶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그의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에게,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강렬한 울림을 선사한다.
“나 이적요는 그림을 목숨처럼 품고 살아왔다. 아직도 그림의 세상은 뿌연 안개로 뒤덮혀서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럴때면 글로 쓰는 그림을 시도한다. 매순간 창조적인 숨결로 그림은 글이 되고, 글은 그림의 사각지대를 밟기도 한다. 나의 직업은 그림이다'
이 책은 화가의 삶을 기록하는 동시에, 독자에게 예술과 철학을 사유하게 하는 텍스트다. 글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하나의 문학적 작품으로서 독자에게 다가온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화가의 삶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몽상을 깁는 남자는 화가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작가는 바느질 드로잉을 통해 기억과 고독을 봉합해가고 있다. 손끝에 굳은살이 박이고 관절이 붓는 만큼 상처의 조각들도, 기억의 편린들도 그에게는 창작의 원천이다.
그는 귀족이자 노예다. 커피를 볶는 취향이 고고한 영주다. 그러나 그의 영지는 넓지만 초라하다. 제왕처럼 스스로에게 명령하고 노예처럼 일한다.
‘적요 숨쉬다’라는 이름을 붙여 아프고 병든 집을 관찰하고 보살피면서 카페를 차렸다. 그러자 집의 주인이 아닌 노예가 되어버렸고, 오랫동안 적막과 고요를 가슴에 품었다.
작가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으며, 개인전 45회, 국내외 전시 100여 회를 개최했다. 2017년엔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Salon comparaison’에도 참여했다.
전주일보·전주중앙신문 연재와 전주교통방송 진행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이어왔다. 저서로 에세이 ‘글로 쓰는 그림’(1999)과 ‘적요 숨쉬다’(2019) 등을 펴냈다.
현재 전주 서학동 예술마을에서 카페 ‘적요 숨 쉬다’를 운영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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