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유산 규제 위주 국가유산 관리의 틀 깨야

'느티나무 잔혹사' 끝낸 김제시 적극행정 600년 ‘김제 행촌리 느티나무’ 보전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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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김제시가 천연기념물인 ‘김제 행촌리 느티나무’ 보호구역과 인접 농지를 일괄 매입하기로 한 것은 겉보기에 한 지자체의 해묵은 민원 해결 사례일 뿐이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문화재 행정이 얼마나 현장과 동떨어진 채 경직되어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무려 10년 동안 주민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대형 농기계를 몰고 문화재 보호구역을 통과해야만 했고, 600년 된 느티나무는 매일같이 훼손 위협과 생육 환경 악화라는 사투를 벌여왔다.

이 황당한 갈등의 근본 원인은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의 고질적인 '선긋기식 탁상행정'에 있다. 그동안 유산청의 관리 방식은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설정된 ‘보호구역 선 안쪽’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보호구역 바로 옆 밭에서 이루어지는 경작과 비료 살포, 농기계 매연이 나무 뿌리와 생육에 어떤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지 고고한 유산청 관료들만 몰랐거나 외면한 것이다. 규제만 들이대며 현장의 고통을 방치하는 사이, 국가유산은 주민들에게 보호 대상이 아닌 '재산권을 침해하고 삶을 옥죄는 족쇄'로 전락했다.

이번에 10년 묵은 민원의 실타래를 푼 것은 유산청의 선제적 조치가 아니었다. 현장을 발로 뛰며 "보호구역만 사들여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유산청을 끈질기게 설득해 인접 농지까지 일괄 매입하는 예산을 따낸 시 문화관광과 실무 공무원들의 집념이 만든 결과다.

중앙부처가 법령과 전례를 핑계로 뒷짐 지고 있을 때, 기초지자체의 적극 행정이 국가유산 보전과 주민 생존권 보장이라는 '일석이조'의 정답을 찾아낸 셈이다.

김제 행촌리 느티나무의 사례는 전국에 산재한 자연유산 관리 정책에 엄중한 경고를 던진다. 주민의 일방적인 희생과 불편을 담보로 한 보전 정책은 지속될 수 없다.

국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규제 일변도의 행정 틀을 완전히 깨부수어야 한다. 유산 주변의 환경과 주민의 삶까지 포괄하는 유연하고 과감한 토지 매입 및 보상 대책을 제도화하라. 현장을 외면한 채 서류만 뒤적이는 관료주의 행정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국가유산들은 주민들의 원망 속에서 먼저 말라 죽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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