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세계와 다시 노래하기(지은이 실비아 페데리치, 옮긴이 권범철, 서창현, 펴낸 곳 갈무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재생산 공통장’이다. 지금까지 여성들은 가정에서 돌봄과 가사노동을 무상으로 수행해 왔다. 이 노동은 사람들의 삶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자본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끊임없이 재생산해 왔다.
페데리치는 이처럼 자본의 기둥으로 기능해 온 재생산 노동을 다른 사회를 만드는 토대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토지와 물, 식량을 비롯한 생계 수단을 되찾고, 돌봄과 가사노동을 더욱 집합적이고 협력적인 방식으로 조직해야 한다. 또한 시장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은 자급 생산의 전통과 각 지역에 축적된 지식과 기술을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
페데리치는 자본주의와 페미니즘 운동에 관한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론가 중 한 명이다. 20년이 넘는 기간에 걸친 저술을 모은 이 선집은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공통장(commons) 정치의 역사를 상세히 서술하고 비판하며, 자본주의가 부상하던 시기의 옛 인클로저와 오늘날 지구적 자본 축적의 핵심에 자리한 ‘새로운 인클로저’ 사이의 연관성을 고찰한다.
여성과 재생산 노동의 관점에서 공통장을 바라보는 이 선집은 공통장을 착취 관계의 바다에 떠 있는 행복한 섬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기존의 자본주의적 삶과 노동의 조직화에 맞설 수 있는 자율적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은 생산력의 발전과 기술의 자동화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하리라는 믿음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아이를 씻기고 안아 주는 일, 환자와 노인을 돌보는 일처럼 삶을 재생산하는 수많은 활동은 기계로 완전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본주의하에서 과학과 기술은 결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며, 애초부터 이윤 추구와 착취를 목적으로 설계되고 발전해 왔다.
이에 따라 생산수단을 단순히 장악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없다. 필요한 것은 삶의 물질적 토대를 되찾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맺으며, 우리가 원하는 사회적 관계를 지금 여기에서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 책에서 ‘세계와 다시 노래하기’란 잃어버린 마법의 세계로 돌아가자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발전과는 다른 삶의 논리를 발견하고, 함께 살아갈 집합적 주체를 만들어 내는 공통화(commoning)의 과정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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