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AI시대, 한글과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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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글로벌 모바일 언어 학습 플랫폼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언어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학습되는 주요 언어(2025년 기준) 중 이탈리아어를 앞선 6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K-팝의 선율과 K-드라마의 서사, 그리고 영화와 웹툰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 젊은이의 감각을 사로잡은 결과다. 과거 존재조차 몰랐던 한글과 한국어는 이제 국경과 피부와 민족을 넘어 인류의 소통과 공감을 이끄는 강력한 문화적 지평으로 확장되고 있다.

문화 수준은 언어 수준, 즉 언어사용에 기인한다. 한국 문화가 높아졌다면 한국어의 사용이 다양화되거나 다양한 인종 혹은 민족이 한국어를 사용해야 한다. 특히 한국어 사용의 척도는 한국문학으로 이어질 것이다. 연장선에서 모든 문화 활동이 한국어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언어야말로 사람끼리 이어지는 소통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유롭고 편하게 사용하는 한글을 지켜온 사람이 많다. 그들 한 사람씩 위대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민족과 한국인으로서 고마운 존재이다.

오세창은 24살 전형필에게 말했다. “우리 조선은 꼭 독립되네, 동서고금에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가 낮은 나라에 영원히 합병된 역사는 없네, 그것이 바로‘문화의 힘’이지, 그래서 일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문화 유적을 자기네 나라로 가져가려고 하는 것일세” 이 말에 감명을 받은 전형필은 마음을 굳게 먹고, 당시 일본으로 유출되는 서화·도자기·불상·석조물·서적 등을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그중에서 으뜸은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이것은 한글사용설명서인데, 해례본이 있음으로 세종대왕께서 창제한 한글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게 되었다. 만약 해례본이 없었다면, “훈민정음은 한자의 발음을 쉽게 표기함으로써 자음을 정립하여 중국어를 통일하는 것이 목적이다.”라는 헛소리를 해대며 자기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과 일제강점기 일본도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고 어떻게든 폄훼하려고 했을 것이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한 사람은 국문학자 김태준의 제자였던 ‘이용준’으로 처가인 광산김씨 종택에 보관되던 것을 김태준에게 알렸고, 김태준은 이 위대한 유산을 전형필에게 알렸다. 전형필은 김태준에게서 해례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은행으로 달려가 1만1천 원을 찾아와서, 1천 원은 김태준과 이용준에게 사례금으로 주고 1만 원은 해례본 값으로 치렀다고 한다. 그때의 물가로 따지면 기와집 열 채 값이었고, 현재로 환산하면 30억 원이었다. 현재 간송미술관에 보관되어있는 <<훈민정음해례본>>은 <<조선왕종실록>>과 더불어 1997년 10월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지난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국제펜한국본부가 주관하여 세종대학교에서 제12회 세계한글작가대회를 열었다. “AI시대 한글문학이 나아갈 길”이라는 대주로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문명의 전환점을 맞아 한국어와 한국문학의 영토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 주제별 세미나에서 다뤄진 한국어의 경계 설정, AI 시대의 언어 확장, 그리고 미래 세대 교육에 관한 통찰이 논의되었다.

국내외 유학생 및 다문화 가정의 급증에 맞춰, 한국어가 배타적 국수주의의 도구가 아니라 전 세계를 연결하는 포용적 소통의 언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세대 간·문화 간 소통의 도구로서의 체계적인 교수법과 콘텐츠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AI가 글을 쓰는 시대일수록, 한국어 문학은 인간의 영혼과 역사를 담아내는 고유의 깊이를 지켜야 한다." 한글이 단순한 과거의 유산을 넘어, 첨단 기술 시대와 다문화·글로벌 환경 속에서 인류의 소통을 이끌어갈 미래 지향적 언어로 사용하자는 다짐하는 자리였다.

한국어인 한글이 더이상 한반도에 갇혀서는 안 된다. 말은 변하고 언어는 발전한다. 시대 흐름에 따라 한국어는 세계인이 함께 사용하는 언어가 되어야 하고 한글문학이 되었을 때 비로소 절정의 꽃으로 핀다. 그런 일을 해야 할 사람 가운데 시인도 들어 있다./김현조(국제펜한국본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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