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우향(雨鄕) 박래현(1920~1976) 화백의 작고 50주기를 기념하는 특별전 '박래현, 새겨진 빛'이 다음달 23일까지 강남 주영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박래현미술문화연구센터와 주영갤러리가 공동 주최·주관, 작가의 판화 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첫 번째 대규모 판화특별전이다.
전시에는 에칭, 콜라그래피, 포토에칭 등 다양한 기법의 판화 50여 점을 비롯, 원화, 드로잉, 도자화까지 80여 점이 출품된다.
에칭과 에쿼틴트부터 신문 기사나 인쇄물을 화면에 결합한 포토에칭, 다양한 판재와 질감을 엮어낸 콜라그래피까지 박래현의 판화 실험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작가 소장 비공개작이 포함, 박래현의 판화 예술 정수를 보여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로 꾸려졌다.
뉴욕 프랫 그래픽센터와 봅 블랙번 판화연구소에서 판화를 배우며 새로운 조형 실험에 뛰어들었다. 동판을 긁고 부식시키고 색을 입히는 한편 사진과 인쇄물, 다양한 오브제를 화면에 끌어들였다.
회화에서 판화와 타피스트리로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시기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박래현의 판화에 초점을 맞춘다.
‘태양의 시대’(1972), ‘Shell A(조가비 A)’(1972), ‘생(A life)’(1971), ‘가면’(1973), ‘역사의 벽’(1973) 등이 출품됐다.
1973년 제작한 ‘작품(Work)’ 연작은 신문 기사와 인물 사진, 우주·과학 이미지 등을 사진 전사와 콜라주 방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뉴욕에서 박물관과 현장을 답사하며 기록한 아메리카 원주민 문양 연구 스케치와 드로잉도 함께 공개됐다.
작고 50주기 한정 에디션으로 제작한 사후판화 6점도 공개한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박래현 연구 활동에 사용된다.
박래현은 여성 화가라는 시대적 한계와 생활인의 굴레를 넘어, 수묵과 채색의 전통을 깨뜨리고 입체주의적 모더니즘과 동양적 정서를 결합한 독창적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1960년대 뉴욕 유학 시절 집중된 판화 작업은 동서양 고대 문양과 유기적 패턴을 재해석하며 판화의 물성과 입체적 표현력을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평남 남포에서 태어나 군산에서 성장한 박래현은 동양화, 판화, 태피스트리 등 매체 간 경계를 넘나든 선구적 여성 작가이다. 1937년부터 경성관립여자 사범대학에서 수채화와 동양화를 배우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귀국 후 1946년 첫 개인전을 열었고, 남편 김기창(1913-2001)과의 부부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1956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대통령상 수상, 1957년 백양회 창립 등 한국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고, 196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대표로 참여한 뒤 미국 유학을 결심한다. 뉴욕 프랫 그래픽 아트센터와 밥 블랙번 판화 공방에서 판화를 익힌 박래현은 이후 동양화, 판화, 태피스트리를 융합한 작업을 전개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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