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보배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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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하이트진로가 69년 역사를 지닌 익산시 마동 소주 생산 공장을 다음 달 16일부로 멈추고, 생산 기능을 전주공장으로 통합한다. 설비 노후화와 공장 주변 환경 변화에 따른 민원 증가 등으로 생산 거점을 재편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이트진로 익산공장은 1957년 설립된 옛 보배소주 공장으로, 69년 만인 2026년 10월 16일 가동을 멈추고 전주공장으로 생산 기능을 통합한다.

1957년 지금의 보배공장 자리에 설립된 (주)보배는 향토 전북 술로 명성을 날리며 보배소주를 비롯해 보배20, 하이트소주, 보배로 등을 내놓으며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1970년대 양조장 통폐합으로 소주 '1도1사' 체제가 자리잡자 자연스레 전북 대표가 됐다.

하지만 1997년 IMF여파로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하이트주정(주)에 매각되면서 사명이 하이트주정으로 바뀐 뒤 향토소주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 2010년 다시 '보배'로 사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소주 한병에 일정금액씩을 적립해 지역인재육성에 기여하는 등 지역과 함께하는 향토기업으로 인정받아 왔다.

2013년 합병된 하이트진로는 “익산공장의 설비 노후화와 운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며 “생산 기능은 인근 전주공장으로 순차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산공장은 다음 달 15일까지 운영된 뒤 16일부터 가동이 중단된다.

익산의 대표적인 향토 기업이자 ‘보배소주’로 유명했던 (주)보배의 회사명 일반적인 보석을 뜻하는 보배(寶貝)가 아니라, ‘보배로운 술잔(寶盃(보배 보, 잔 배)'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창업주 문병량 사장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보배)을 담는 술잔"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으며, 이 술잔에 담긴 보배소주가 인간관계를 더욱 보배롭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는 철학을 담아 상표와 상호를 변경했다. 일반적인 명사인 보배(寶貝)의 소리를 빌리면서도, 주류 회사의 정체성에 맞게 '잔 배(盃)' 자를 쓴 감각적인 이름이었다.

1957년 춘천양조장을 인수한 문사장은 군산시 대명동 양조장 앞 집으로 이사해 살았다. 문사장은 춘천양조장을 인수한지 5년만인 1963년 '백화 강정준 회장처럼 크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이리지역 한 소주업체의 면허를 확보, 이리로 이사한다. 이리로 진출, 소주업에 뛰어드는 1960년대 소주정책은 우리나라의 식량 사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정부는 1962년 1월1일 주세법을 개정하면서 과세 물건이 한 종류인 소주를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 두가지로 나누고 그 세율도 달리 정했다. 밀·보리·옥수수 등 곡류로 제조하는 증류식 소주에는 희석식 소주보다 3.6배에 달하는 높은 세율을 적용했다.

남선양조장은 이리시 중앙동 3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 이리시는 주변으로 큰 들과 밭이 있어 술 원료인 쌀과 고구마 등 곡류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남선양조장 인근에 중앙동 일대 번화가가 있고, 화물을 운송하기 쉬운 이리역이 지척에 위치했다. 1964년 4월에는 희석식 소주의 상표를 '동일소주'로 변경했으며, 소주 원료 다변화를 위해 증류식 고구마 소주를 개발해 판매했다. 당시 익산군 황등면 일대에서 생산된 고구마는 '황등고구마'라고 불렸다. 당도가 높은 황등고구마는 맛이 좋아 시장에서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이 당시 증자기가 폭발하는 바람에 근로자가 부상하고 많은 물적 손해가 발생하는 등 불운도 겹쳤다.

익산과 인접한 전주공장은 이미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별도의 대규모 신규 설비 구축 없이 생산 기능을 흡수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측은 “전주공장의 기존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향후 생산 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익산공장 가동 중단과 함께 생산 설비와 인력은 전주공장으로 순차 이전된다. 이로써 하이트진로의 국내 생산 체제는 이천·강원·청주·전주·마산 등 5개 공장 체제로 재편된다. 전주공장은 소주와 맥주를 동시에 생산하는 하이트진로 최초의 복합 생산 공장으로 역할이 확대된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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