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정 장수경찰서장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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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범죄가 일상화되었다면, 예방도 우리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

/장수경찰서장 이여정

지난 9월 28일 ‘제40회 9·28 향토수복 전몰자 추모제’에 종헌관으로 참석해 순국 경찰관 네 분과 순국 대원 열한 분, 모두 열다섯 분의 영령 앞에 헌배하였다. 호명되는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70여 년 전 이분들이 지켜낸 것은 결국 이 땅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이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 일상을 위협하는 범죄의 모습도 달라졌다. 오늘의 범죄자는 더 이상 낯선 골목에서 숨죽여 기다리지 않는다. 전화기 너머 수사관으로 속이고, 문자메시지 속에서 택배기사나 공공기관으로 위장하며, SNS에서는 친절한 투자전문가나 연인이 되어 다가온다. 보이스피싱·스미싱·로맨스스캠 등 신종 사기가 무서운 이유는 최신 IT기술을 악용해 우리의 취약한 마음까지 깊숙이 파고들기 때문이다.

범죄가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면, 범죄예방 역시 주민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장수경찰이 범죄예방 홍보의 접점을 경찰관서 밖, 주민들의 삶의 현장으로 넓히는 이유이다. 주민이 커피를 마시며 손에 쥐는 ‘카페 컵홀더’, 장을 보고 건네받는 ‘마트 영수증’, ‘주유소 세차권’에 신종 사기 예방 문구를 담았다. 장수우체국과도 협업해 ‘배달차량’과 ‘우편물’에도 예방 메시지를 실어 나르고 있으며, 지역 막걸리 업체의 ‘상품 포장박스’와 음식점의 ‘일회용 앞치마’까지 피싱범죄 예방을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컵홀더 하나, 영수증 한 장, 앞치마 한 벌은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범죄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이 예방정보를 직접 찾아 나서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정보가 주민의 일상을 찾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첨단기술과 새로운 치안 기법을 꾸준히 공부하는 경찰관으로서, 최근 범죄를 마주하며 더욱 분명하게 느끼는 점이 있다. 기술은 범죄의 수단을 끊임없이 바꾸지만, 범죄자가 결국 노리는 것은 사람의 ‘불안’과 ‘신뢰’, 그리고 ‘순간의 방심’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주민 여러분께 날마다 변하는 범죄 수법을 다 기억하시라는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다. 대신 언제 어디서나 기억해야 할 단단한 방패, 즉 ‘①의심하고, ②끊고, ③확인하고, ④신고한다’는 네 가지 예방수칙만큼은 반드시 기억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지금 당장 송금해야 이득이다.”, “전화를 끊으면 큰일 난다.”, “당신에게만 알려주는 비밀이니 가족에게 말하지 마라.”며 판단을 재촉한다면 일단 의심하고 전화를 끊어야 한다. 경찰·군청·소방·금융기관을 사칭하더라도 상대가 알려준 번호가 아닌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의 인터넷 주소(URL)는 누르지 말고, SNS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투자를 권유한다면 경계해야 한다.

만약 판단하기 어렵다면 혼자 고민할 이유가 없다. 언제든지 112 또는 가까운 파출소 등 경찰관서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시대가 변해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평온한 일상을 수호한다는 경찰의 사명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장수경찰은 앞으로도 변화하는 범죄보다 한발 앞서 예방의 길을 찾고, 주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안전의 온기를 전할 것이다.

범죄가 우리 일상 가까이 다가올수록, 예방을 향한 우리의 눈과 귀는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

‘의심하고, 끊고, 확인하고, 신고하는 것’

이 간단한 예방수칙을 우리의 일상적인 습관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장수경찰이 지향하는 생활 속 범죄예방의 강력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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