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절대 강자만이 군림하는 세상일까? 하긴 동물의 세계에서도 치열한 싸움으로 가린 절대자가 통제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지배욕은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한 국가 안에서 복수의 여당이 존재하기 어렵다. 정치 행위는 권력을 잡고자 하는 것이고, 그 권력 쟁취의 역사에 다수의 대중은 휘둘려 왔다.
그리스의 최강자 스파르타에게 신흥 강국 아테네는 눈엣가시였다. 해상 세력을 모아 델로스 동맹을 결성해 세력을 키워가는 아테네에 위협을 느꼈다.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여긴 스파르타는 주변국과 동맹으로 아테네를 침공한다. 기원전 431년에 일어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서막이었다.
30여 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아테네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그렇다고 스파르타가 계속 패권을 유지한 것도 아니다. 오랜 전쟁의 여파로 경제가 파탄 나고, 인구가 급감하자 그리스 도시국가 전체가 몰락했다. 결국 야만인 취급했던 변방의 마케도니아에 패권이 넘어가 알렉산드로 대왕이 세상을 지배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전쟁이 불가피했던 이유로 ‘아테네의 급격한 성장으로 스파르타가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봤다. 우주에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듯이 신흥 강국 아테네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일어난 전쟁이었다고 본 것이다. 이런 현상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한다.
이 용어를 현대 국제정치적으로 해석한 사람은 하버드대학교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이다. 그는 <예정된 전쟁>이라는 저서를 통해 신흥 강국이 기존 패권국을 위협한 사례를 분석했다. 지난 500년 동안 16번의 중대한 패권 교체기가 있었으며, 그중 75%인 12번이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15세기 신성로마제국 합스부르크 가문과 기존 패권국 프랑스왕국의 전쟁은 유럽을 피로 물들였다. 17세기 해상 신흥 강국 영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네덜란드공화국의 네 차례의 전쟁으로 대영제국이 탄생했다. 또 독일의 급성장을 막으려는 영국과 프랑스의 견제가 사라예보 암살로 이어져 제1차세계대전이 시작됐다.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기도 했다. 급부상하는 미국의 힘을 인정하며 동맹국 관계의 길을 연 영국의 선택은 평화였다. 또 제2차세계대전 후 강국으로 떠오른 소련에 미국은 냉전으로 맞서 전쟁 없이 소비에트연맹을 몰락시켰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벗어난 사례들이다.
최근 중국의 굴기(崛起)에 위협을 느낀 미국의 중국 견제가 점입가경이다. 중국은 이미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되었다. 세계의 공장인 제조업은 물론 로봇과 드론 등 첨단산업의 발전도 눈부시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반감을 느낀 나라들이 중국과 관계를 늘려나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만난 미중 정상회담으로 과연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극복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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