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한가위, 우리 마음의 여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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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추석 연휴다. 어려웠던 시절에도 추석은 민족 최대의 명절로 그 의미를 이어왔다. 필자에게도 어린 시절의 추석 풍경은 여전히 생생하다.

유교식 차례상을 차리지는 않았지만, 명절이면 온 가족이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촛불을 밝힌 뒤 조상들을 위해 연도를 바쳤다. TV 뉴스에는 선물 꾸러미를 든 귀성객들로 붐비는 서울역과 고향을 찾아 성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빠지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추석 풍경도 달라졌다. 고향 대신 여행을 떠나거나 집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차례와 성묘의 형식도 간소해졌으며, 온라인 선물과 영상통화로 명절 인사를 대신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추석의 본질까지 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추석은 본래 한 해 동안 땀 흘려 지은 농사의 결실에 감사하고, 그 풍요를 이웃과 나누던 공동체의 축제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에는 물질적 풍요만이 아니라 서로의 고단함을 보듬었던 공동체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오늘의 한가위는 경기 침체로 삶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명절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 편리함은 커졌지만 부모님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안부를 묻는 사람의 온기까지 기술이 대신할 수는 없다. 홀로 명절을 보내는 이웃에게 건네는 전화 한 통, 명절에도 일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말,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가족을 이해하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명절 선물일 것이다.

또 가족과 함께 지역의 명소들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필자는 며칠 전 정읍시립미술관 특별기획전 ‘공간의 기억: 머무는 시선’에 다녀왔다. 피카소, 모네, 마티스, 샤갈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만나는 기쁨은 생각보다 컸다. 3가지 주제로 구성된 60여 점의 작품과 AI·미디어를 활용한 참여형 체험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좋다.

정읍시립박물관에서는 ‘백제가요 정읍사와 달’ 특별전과 ‘동물, 상징을 담다-석지 채용신 영모화’ 테마전도 열리고 있다. ‘정읍사’에 담긴 달의 의미와 이만익, 김환기 등의 작품, 달항아리와 조선 백자를 만나고, 채용신의 장생도와 호랑이 그림을 통해 전통미술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감나무 끝에 몇 개의 감을 남겨두었다. ‘까치밥’이다. 풍족해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삶에 작은 여백을 남긴 것이다.

우리 마음에도 그런 여백 하나를 남겨보자. 보름달 아래 가족의 손을 잡고, 예술이 건네는 위로를 만나보자. 풍성한 한가위는 서로에게 마음을 나눌 여백을 가진 사람들의 명절이다.

/오승옥(문화활동가·관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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