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미래]공평(公平)과 공정(公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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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우리 사회에서 각자의 처신에 따라 행동하는 양상이 공평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공정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먼저 공평이란 무엇일까. 가만히 머릿속으로 그 의미를 새겨본다.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으며 모두가 평등하게, 다름이 없이 받거나 나누며 대우를 받는 상태일 것이다. 예를 들어 현금 만 원이 있을 때 열 사람에게 똑같이 천 원씩 나누어준다면, 이는 치우침 없이 공평하게 나눈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대개 공산주의 체제에서 주장하는 배분의 기본 원리다. 공동 농장에서 함께 노동하고 그 산물을 치우침 없이 공평하게 분배하는 사회제도인 셈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이는 매우 합리적이고 정당한 방법처럼 여겨진다. 같이 일하고 같이 나누는 것, 각자의 우열을 가리지 않고 얻은 수확을 똑같이 분배하는 것은 가장 타당해 보이며, 사회 구성원의 불만도 전혀 없을 것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공정이란 어떤 개념인가. 공동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물이 생겼을 때, 그 일에 참여하고 이바지한 정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때 공정이 확립되려면 참여의 기준이 사전에 올바르게 설정되어야 하고, 그 기준 또한 구성원의 총의(總意)에서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사회나 국가가 공동 활동을 통해 얻은 소득을 소속 구성원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이 기준에 따라 국가와 사회의 운영 형태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역사 속 정치 체제에서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거대한 차이 역시 바로 이 나눔의 기준과 운영 방법에서 비롯되었다.

공평과 공정을 깊이 있게 거론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본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성향을 지니고 태어난다. 따라서 삶에서 경쟁은 필연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며, 모든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역량의 우열은 표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 무조건 공평한 나눔만을 강제한다면, 이는 결국 구성원의 나태를 조장하고 스스로 타고난 경쟁을 통해 노력할 기회마저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어린 시절, 산림 녹화 사업에 필요한 오리목나무 묘목을 논밭에 심어 보급하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일하는 모든 이에게 노동 시간만을 기준으로 공평하게 일당을 주는 경우와, 거두어온 묘목의 수량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경우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높은 생산성을 냈을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이미 스스로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공동으로 협력한다는 개념은 얼핏 아름답고 좋은 제도로 보이지만, 일의 효율이나 노력의 밀도를 배제할 경우 전체 실적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정치사에서 국가 운영 방식에 따라 발전의 양상이 어떻게 극명하게 갈렸는지를 우리는 지금 똑똑히 가늠하고 있다. 공권력을 동원해 생산물을 통제하고 배급식으로 공평하게 나눠주던 체제는 허울만 남은 채 이미 역사적 종말을 고했다. 현재 북한 지역에서 장마당이 성행하는 현상이야말로 이러한 인간 본성과 시장의 순리를 잘 설명해 주는 방증이다.

인간의 역량에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각자의 특성과 자질이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되, 그 결과물 또한 기계적 공평이 아니라 기여도와 성과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방법'으로 나누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무한 경쟁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역시 그늘과 부작용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태생적인 약자와 우월한 여건을 물려받은 강자 사이의 격차는 결국 사회적 불만을 야기하고 체제의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바로 이러한 시장의 불합리성을 바로잡고 사회가 더욱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복지 제도를 운용하여 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듯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시행하는 한편, 구성원들이 서로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쟁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운동장을 조성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정치와 지도자의 진정한 책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공정한 경쟁과 그에 따른 결과의 배분 과정을 두고 모든 국민이 수용할 정의를 구현하고 있는가. 공정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지지 않도록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바로 지도자가 짊어져야 할 가장 큰 짐이다. 그래야만 국가와 사회는 갈등 없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신동화(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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