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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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칡은 콩과식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분포한다. 생명력이 아주 강해 하루에 30cm, 1년이면 100m가 넘게 자란다. 과거 칡의 용도는 다양했었다. 넝쿨은 짐을 지는 멜빵이나, 나뭇단을 묶는 노끈으로도 썼다. 질기고 유연해서 바구니나 둥구미를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구황식물이었다. 보릿고개를 넘기는데 칡뿌리가 한몫했다. 특히 암칡은 부드럽고, 씹으면 달착지근한 맛과 함께 전분이 생긴다. 막 돋아난 순으로도 배고픔을 달랬다. 껍질을 벗겨 씹으면 입안 가득 수액이 차곤 했다. 최근에도 칡의 전분은 면류(麪類)의 재료로 쓰인다.

약용으로도 칡은 널리 쓰였다. 뿌리를 달인 갈근탕은 감기나 발열, 두통은 물론 근육통을 다스리는 약재이다. 또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이소플라본이 풍부해 여성 갱년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숙취 유발 물질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 외에도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폴리페놀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피부 탄력 유지와 항산화 작용의 효과도 있다고 한다.

줄기가 땅으로 뻗으면 한없이 간다. 멀리 뻗으면 양분을 충당하기 버겁다. 그래서 중간에 뿌리를 내려 땅의 기운을 얻는다. 콩과식물이라 씨앗이 익으면 터져 발아한다. 칡이 엄청나게 번식하는 기저이다. 올라탈 것이 있으면 무조건 감고 오른다. 큰 나무도 칡 줄기가 타고 오르면 고사하기 쉽다.

칡 줄기는 오른쪽으로 감아 오른다. 이와 다르게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는다. 그런 만큼 칡과 등나무 줄기가 엉키면 풀기 어렵다. 서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을 뜻하는 갈등(葛藤)이라는 단어는 칡 ‘갈(葛)’자와 등나무 ‘등(藤)’자를 합한 것이다. 복잡해 풀기 어려우면 따지지 말고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 살자’고 이방원은 노래했다.

과거 큰 도움을 주었던 칡이 지금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묵혀둔 땅은 칡이 차지한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서로 엉켜 중장비가 아니고는 해결이 어렵다. 제초제도 소용없다. 몇십 년된 큰 나무도 칡넝쿨이 오르면 막혀 죽는다. 전봇대는 물론 고압 전탑까지 타고 오르니 위험이 크다.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생태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칡은 숲을 죽이고, 농한지를 황무지로 만드는 생태 파괴자이다. 방치하면 온 산하가 칡의 수중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칡의 만행과 관련이 없기에 관심도 없다. 땅을 지키고 숲을 키워야 하는 사람들만 애가 탄다.

황금가지 문학상의 작가 최영희는 인간의 기술과 생태적 재난을 작품으로 다루고 있다. 그의 소설 <칡>은 괴물로 변한 칡이 인간을 공격하는 내용이다. 급기야 마을이 통제되기까지 한다. 소설처럼 공포 SF가 아니더라도 이미 칡은 숲의 괴물이 되었다. 우리가 무관심하면 할수록 칡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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