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문화유산의 원형과 전통회화의 재료·기법을 연구해 온 문화재보존수복회가 제10회 정기전 『문화유산 재현의 방법과 모색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문화재보존수복회가 23일까지 익산예술의전당 1층 전시실에서 갖는다.
2017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올해 제10회를 맞은 『문화유산 재현의 방법과 모색전』은 문화유산을 단순히 옛 모습 그대로 옮겨 그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전통회화에 사용된 재료와 제작기법, 표현방식과 미학적 의미를 연구하고 이를 실제 작품 제작을 통해 재현해 온 전시다.
올해는 제10회라는 뜻깊은 시간을 맞아 동양회화의 고전에서부터 한국 전통회화, 불화, 민화, 산수화, 화조화, 전통단청안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와 작품 제작의 성과를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는 문화재보존수복회 설립자인 김범수의 《여사잠도(女史箴圖)》 재현 작품이다. 리플렛에 따르면 한지에 채색으로 제작됐으며 크기는 349.5×25cm이다.
《여사잠도》는 중국 동진시대 화가 고개지(顧愷之, 약 344~406)와 관련해 전해지는 중국 회화사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서진의 문인 장화(張華)가 지은 「여사잠(女史箴)」의 내용을 회화로 표현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섬세하고 유려한 선묘를 통해 인물의 형상뿐 아니라 성격과 정신성을 드러내는 고대 중국 인물화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여사잠도》 재현작은 349.5cm에 이르는 긴 화면에 인물 군상을 담았다. 고전 회화를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제작하는 것은 원작의 도상을 그대로 옮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선묘와 채색, 바탕재와 안료 등 작품을 구성하는 조형적·재료적 요소를 직접 살펴보고 전통회화의 제작 원리를 이해해 나가는 연구 과정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조상완의 《달마도》도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끈다.
한지에 수묵으로 제작된 83×57cm 작품으로 소개돼 있다. 달마는 동아시아 선종 전통에서 중요한 인물로, 회화에서도 오랫동안 주요 소재로 다뤄져 왔다. 달마도는 세밀한 묘사보단간결하고 힘 있는 필선과 먹의 농담을 통해 인물의 기상과 정신성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달마도》 역시 수묵이라는 전통적 매체가 지닌 필묵의 조형성을 보여주며, 채색을 중심으로 한 재현 작품들과는 또 다른 전통회화의 면모를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특정 시대나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전 회화의 재현에서부터 산수와 화조, 민화, 불교회화에 이르기까지 전통회화가 지닌 다양한 주제와 표현방식을 폭넓게 보여준다.
산수와 자연을 소재로 한 《송학도》, 《선산누각도》를 비롯해 꽃과 새, 동식물의 생명성과 길상적 의미를 담은 《모란도》, 《모란화병쌍조도》, 《화접도》, 《백합도》, 《연화유어도》, 《연학도》 등 다양한 화조 작품을 통해 전통 채색화의 섬세한 필선과 색채미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책가도》와 같은 민화 계열의 작품은 전통적인 기물과 상징을 화면 안에 구성하는 조형적 특성을 보여주며, 불교회화 분야에서는 《아미타래영도》, 《제석천》, 《관세음보살 42수 진언》 등 다양한 불교적 도상과 표현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인물·산수·화조·민화·불화 등 전통회화의 폭넓은 조형세계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며, 전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오늘날 다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완성된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전통회화를 구성하는 재료 자체에 대한 연구 성과를 함께 제시한다는 점이다.
조규성의 《전통단청안료 색채시편》은 송판에 전통안료를 채색해 제작한 시편이다. 문화재의 보존과 재현에서 재료에 대한 이해는 핵심적인 요소다. 같은 색으로 보이더라도 안료의 종류와 입도, 바탕재, 아교 등의 교착재, 채색 방식에 따라 색의 발현과 질감, 내구성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색채시편의 전시는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전통회화와 단청이 어떠한 재료와 제작 과정을 통해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연구적 성격을 드러낸다.
문화재보존수복회가 지난 10년간 지속해 온 전시의 핵심은 ‘재현’이다. 문화유산 재현은 원작과 비슷한 그림을 다시 제작하는 단순한 복제의 개념과는 구별된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도상, 바탕재, 안료, 교착재, 선묘와 채색 순서 등 제작 전반을 살피고 실제 제작 과정을 통해 원작의 조형성과 제작기법을 이해하는 연구의 성격을 갖는다.
특히 전통회화 문화재는 시간이 흐르면서 안료의 변색과 박락, 바탕재의 열화 등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따라서 재현 작업은 현재 남아 있는 작품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작품의 재료와 제작기법을 조사하고 검토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문화재보존수복회는 이러한 관점에서 전통회화의 재료와 기법을 연구하고 작품 제작을 통해 그 성과를 공유해 왔다.
제10회 전시는 지난 10년간 축적된 이러한 활동을 돌아보는 동시에 문화유산 보존과 전통회화 계승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는 데 의미가 있다.
문화재보존수복회 김보경 회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지난 10년이 전통 회화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올바르게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온 소중한 여정이었으며, 이번 전시가 지난 성과를 돌아보고 새로운 10년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전시를 “지난 10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새로운 10년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보존수복회 설립자 김범수 교수 역시 문화유산의 재현은 단순히 옛 형태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담긴 시대정신과 미의식, 재료와 기법의 의미를 이해하는 학문적·예술적 탐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원광대학교 회화문화재보존수복학과는 회화문화재 보존·수복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전통회화 재료와 기법, 문화재 보존·수복, 지류문화재 보수 등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연구와 교육, 작품 제작의 성과를 하나의 전시 공간에서 연결함으로써 문화유산을 단순히 과거의 유산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연구하고 재현하며 다음 세대로 이어가야 할 살아 있는 문화적 자산으로 바라보는 자리가 되고 있다.
원광대학교는 박성태가 총장, 허석이 회화문화재 보존수복학과 주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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