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전북의 산업현장을 다니다 보면 몇 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중소 제조업체의 생산 현장은 물론 농촌과 축산농가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를 만나는 일이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전북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고 농·축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크다. 여기에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청년층 감소, 내국인의 농·축산업 및 생산직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많은 사업장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더 이상 부족한 일손을 일시적으로 채우는 보조 인력이 아니다. 상당수 중소기업과 농·축산업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생산과 영농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핵심적인 노동력이 되었다. 통계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확인된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외국인 주민은 2024년 기준 7만9천여 명이고, 이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약 1만5천 명에 이른다. 특히 농촌에서는 계절근로자의 도입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외국인력 문제는 단순한 출입국 정책을 넘어 전북의 산업과 농촌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고용정책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사업장의 인력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기업과 농·축산업 현장의 노사관계를 접하다 보면 외국인 고용이 늘어나는 만큼 새로운 노무관리 문제도 함께 증가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사업주는 어렵게 근로자를 배정받아 숙소를 마련하고 일을 가르쳤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업장을 이탈하는 일을 겪기도 한다. 숙련된 근로자 한 명의 이탈이 당장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중소기업과 농가에서는 그 충격이 더욱 크다.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환경에서 임금, 근로시간, 휴일, 숙소, 사업장 변경 등의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작은 의사소통의 문제가 임금체불 진정이나 사업장 변경 요구, 근로관계 종료를 둘러싼 분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외국인 근로자의 숫자만이 아니다. 얼마나 데려올 것인가 못지않게, 어렵게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고용하고 오래 근무하도록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제 외국인력 정책의 중심도 ‘도입’에서 ‘정착과 관리’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에 배치되는 초기 단계부터 임금, 근로시간, 휴일, 숙소, 사업장 변경 등 자신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과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사업주 역시 외국인의 체류자격과 노동관계법, 임금 및 근로시간 관리 등에 관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성실하게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한 사업장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숙련된 근로자가 오래 근무하면 사업주는 반복적인 채용과 교육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외국인 근로자 역시 안정적인 소득과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결국 장기근속은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특히 전북은 중앙정부의 정책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역 실정에 맞는 ‘전북 형 외국인력 고용관리 지원체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축협, 사용자단체, 노무 전문가 등이 연계하여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배치에서부터 근로조건 안내, 고충 상담, 노사갈등 조정, 체류 및 장기근속 지원까지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뒤 노동부의 진정이나 출입국 단속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관리하는 것이 사업주에게도,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훨씬 바람직하다. 외국인 근로자는 이제 전북 산업현장의 손님이 아니다. 우리 중소기업과 농촌에서 함께 일하며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구성원이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외국인력 정책은 단순히 몇 명을 더 데려올 것인가를 넘어야 한다. 필요한 외국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어렵게 들어온 근로자가 사업주와 신뢰를 형성하며 한 사업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과제다.
이제 전북의 외국인력 정책도 ‘도입의 시대’를 넘어 ‘정착과 관리의 시대’로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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