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목천 정도랑(정병렬) 시인이 아홉 번째 시집 『하늘 아파트에 걸린 달』(인간과문학사)을 펴냈다. 모두 110편의 시를 6부로 나누어 엮은 이번 시집은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노동과 삶에 대한 성찰, 자연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담아냈다.
'과원사여/그대 능금나무에/이 몸을 매달아 주오//어느 집/도마 위에 놓인/빨간 능금 알 하나//그때에/말을 하는/둥근달 능금이 되리라//('능금 '전문)'
과거 작가의 손에 '사상계' 한 권을 들고서 예수병원 너머 소나무 등줄기 타 내린 과수원 길에서, 수척한 나의 대학생이 만난 건 '능금나무'였다.
그때 일기장에 끼적거린 낙서 하나가 그대로 고스란히 살아 작가의 일생 길잡이 같은 시가 됐다.
작가는 "속칭 고등고시보다 어렵다는 당선 시를 쓰기는 했어도, 고향에 갈 때면 부모님은 물론, 마을 어르신들이랑 고향 산천 솔가지 하나에도 죄스러워 얼굴을 똑바로 들지 못했다. 판검사는 고사하고 하찮은 벼슬 하나 달지 못한 처지였다"고 회고한다.
'들린다 책여산/할아버지 글 읽는 소리/천둥이 울거나 소낙비가 내리거나 깜깜한 밤이면/귀신처럼 들려오는 소리/정녕, 섬진강물이 지나다가 빠뜨릴 수 없는/명문이라서 읽고, 또 읽어서 하늘처럼 들어도 들어도/끝이 없는 글방 너도나도 따라 읽는다/개구리가 와글와글/억새도 흔들흔들 노루까지/강여울 따라 건넌들 목화꽃 터지는 소리 보고 싶은 얼굴/소리개로 떠서 우리 집 앞마당 빙빙 도는 사이/어느새 몰려온 뜬구름 하얗게 웃다가 그만/울렁울렁 젖어 든 먹구름/나를 덮는 책여산/섬진강이 우네/강물 따라 흘러간 상여소리랑/초행길 흔들리는 꽃가마 울어머이 댕기머리 시퍼런 옥비녀랑/숨길 수 없는 책여산 고깔 한바탕 눈물겨운 웃음꽃/가난 깊은 골목마다/비좁은 행복/환하게 읽어주는 책여산('책여산(冊如山) '나'를 읽는 소리' 일부)'
순창·남원의 경계에 있는 책여산과 그 아래를 흐르는 섬진강. 그책여산의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깨달음과 고향(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배어나온다.
천둥, 소낙비가 내리는 밤에 산바람과 빗소리가 결합해 내는 자연의 웅장한 소리를 '선조들이 글을 읽는 숭고하고 영원한 소리(명문)'로 치환하여 산에 거대한 생명력과 문화적 깊이를 부여한다.
“섬진강이 우네 / 강물 따라 흘러간 상여소리랑 / 초행길 흔들리는 꽃가마 울어머이...” 이 시의 감정적 절정(클라이만큼스)이다. 책여산의 소리는 이제 단순한 자연음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삶과 죽음, 애환이 서린 소리로 확장된다.
이승을 떠나는 '상여소리'와 시집오던 날 어머니의 '꽃가마와 옥비녀'를 대비시키며, 가난하고 고달팠던 옛 여인들의 삶과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한 서린 눈물을 '눈물겨운 웃음꽃'이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승화시킨다.
시인은 “고향 떠난 타향살이 허공이 높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려니, 그리운 건 간절하고도 포근한 어머니 품 안이었다”면서 “갈망의 드론 하나 띄워 고향땅으로 내려 닿고 싶었다. 헐벗은 목숨 망향의 뜬구름 하나 택배 되어 바람처럼 나부끼는 나의 시”라고 했다.
시인은 순창출신으로 순창농고를 졸업,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196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저서로 <등불 하나가 지나가네>, <물길어가는 새떼들>, <설원에 서다>, <붉은 지폐와 야근수당> 등이 있다. 표현 신인작품상과 전북시인상, 전북문학상, 중산문학상 등을 받았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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