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재발견]지역의 문화유산을 배우는 아이들이 지역의 미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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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지역의 문화유산을 배우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는 지역이 어떤 역사를 품고 있는지 알고, 그 흔적을 직접 찾아보고 해석하는 과정은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는 중요한 교육이 될 수 있다.

최근 완주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지역 고고유적의 조사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로봇 경진대회에 참여해 한국 대표로 선발되는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초등학교 지역화 교재도 발간됐다. 이는 지역 자체가 학생들에게 훌륭한 배움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고학적 조사·연구는 교육적 가치가 크다. 발굴 현장을 살펴보고 출토 유물을 관찰하며 옛 기록과 현재의 마을을 비교하는 과정은 교과서 속 역사를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의 이야기로 바꾸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전국의 학교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국가유산청이 추진해 온 학교 문화유산 교육 우수 사례를 보면 전남 함평신광중학교는 학생들이 문화유산을 주제로 「월간 역사탐정」을 직접 제작했고, 인천 선인고등학교는 지역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그 결과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경기 시흥 배곧누리초등학교 역시 생태와 짚풀공예를 결합한 문화유산 교육을 진행했다. 문화유산을 단순히 관람하고 설명을 듣는 대상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조사하고 기록하며 표현하는 교육의 대상으로 확장한 사례들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개별 학교의 시도를 넘어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유산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이 국가유산의 가치를 이해하고 애호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역시 문화유산교육을 별도로 규정하고 교육 기반 구축, 프로그램과 자료 개발·보급, 전문인력 양성, 교원 지원 등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 문화유산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지원센터의 역할까지 법률에 담겼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이는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다. 과거 문화유산 교육이 유적 답사나 체험, 전시 연계 프로그램 등 ‘활용’의 한 부분으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교육 자체가 하나의 정책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유산청이 학교 문화유산 교육 우수 사례와 수업안을 발굴하고 교육자료를 개발·보급하며 지역 문화유산 교육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문화유산 정책의 지향점이 ‘무엇을 보존할 것인가’에서 ‘국민이 어떻게 이해하고 다음 세대에 전승하게 할 것인가’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이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발굴·조사연구 성과를 학교 교육과 연결하고, 지역화 교재를 개발하며, 박물관과 유적을 살아 있는 교실로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지역의 역사를 직접 조사하고 기록하며 콘텐츠로 만들어 보는 경험은 일회성 문화유산 체험보다 지속적인 역사 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역사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훌륭한 유적을 정비하고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도 지역 주민이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한 지역의 자산이 되기 어렵다. 학교에서 배우고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이야기할 때 비로소 역사는 공동의 기억이 된다.

이제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정책’을 넘어 ‘배우게 하는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화유산은 과거의 흔적이지만, 문화유산 교육은 그 흔적을 미래 세대의 자산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결국 지역 역사 브랜드의 시작은 홍보가 아니라 교육이며, 아이들이 자기 지역의 역사를 알고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 지역의 역사는 살아 있는 현재가 되고 미래를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완주군 국가유산 전문위원 장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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