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와 함께 사는 도시…전주의 나무는 왜 자꾸 작아질까

[런던을 걸으며 전주를 생각하다]3화 단순한 조경 넘어선 '녹색 기반시설' 전주 도시 숲의 생육 공간과 수관 관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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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런던의 오래된 주거지와 도심을 걷다 보면 큰 가로수와 작은 정원을 자주 만난다. 오래 자란 나무는 보도와 도로 위로 넓게 가지를 뻗고, 건물의 그림자와 겹치며 긴 그늘을 만든다. 조금 더 걸으면 작은 공원이나 정원이 나오고, 나무 아래에는 벤치가 놓여 있다.

이런 풍경은 단순히 나무가 많아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무가 얼마나 크게 자라고 있는지, 어디에 분포하는지, 공원과 거리의 녹지가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함께 작용한다. 나무는 도시열섬을 완화하고 대기를 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많은 비가 내릴 때 빗물의 유출을 완화해 홍수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사람의 스트레스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새와 곤충을 비롯한 야생생물의 서식처도 만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수십 년 자란 큰 나무 한 그루와 이제 막 심은 어린 나무 한 그루를 같은 ‘한 그루’로만 볼 수는 없다. 큰 나무는 더 넓은 수관을 만들고 더 많은 그늘과 생태적 공간을 제공한다. 런던의 도시숲 정책은 이런 차이를 막연한 체감에만 맡기지 않는다. 나무의 숫자뿐 아니라 나무가 도시를 실제로 얼마나 덮고 있는지를 따로 측정한다.

런던의 나무 정책에는 ‘수관피복률(Tree Canopy Cover)’이라는 지표가 있다. 수관은 나무의 가지와 잎이 펼쳐진 부분을 말한다. 도시를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이 수관이 땅을 얼마나 덮고 있는지를 면적으로 계산한 것이 수관피복률이다. 런던에는 공공과 민간 영역을 합쳐 약 840만 그루의 나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2024년 런던광역정부(GLA)가 높이 4m 이상 나무를 기준으로 산정한 수관피복률은 약 19.56%다. 런던은 이를 2050년까지 22%로 높이는 목표를 두고 있다. 나무가 주는 혜택을 시민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다. 도시 전체의 수관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그 혜택이 부족한 지역을 함께 살피겠다는 의미다.



◀ 킹스크로스, 녹지를 개발의 구조에 넣다

킹스크로스(King’s Cross)는 도시의 녹지를 기반시설로 다루는 방식을 실제 개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개발지역은 약 27만㎡로, 약 23만㎡인 전주 옛 대한방직 부지와 규모가 비슷하다.



킹스크로스는 개발지역의 40% 이상을 공원과 광장, 거리 같은 열린 공간으로 두고 400그루가 넘는 나무를 새로 심었다. 광장과 보행로를 따라가면 리젠트운하(Regent’s Canal)가 이어진다. 산업화 시대 물류시설이었던 운하는 지금 사람들이 걷고 자전거를 타며 쉬는 생활공간이 됐다. 운하 옆에는 과거 석탄을 쌓아두던 땅을 숲과 초지, 습지가 있는 자연공원으로 바꾼 곳도 있다. 고밀도의 업무·상업시설 바로 옆에 물과 녹지, 생태공간이 이어진다.

킹스크로스에서 중요한 것은 공원 하나를 잘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거리와 광장, 나무와 공원, 물과 생태공간을 연결해 개발 전체의 구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를 ‘그린 인프라스트럭처(Green Infrastructure)’, 즉 녹색 기반시설이라 한다. 녹지를 건물을 짓고 남은 땅의 조경이 아니라 도시의 기반시설로 보는 것이다.

전주에서도 앞으로 도시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종합경기장 일대 MICE 복합단지는 이미 공사에 착수했다. 옛 대한방직 부지는 약 23만㎡에 이르는 대규모 부지지만 최근에는 자금 조달과 착공 여부, 협약 이행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두 사업의 진행 단계는 다르다. 하지만 이제는 계획된 공원과 광장, 가로수와 보행공간이 주변의 기존 녹지와 어떻게 연결되고, 실제 개발 과정에서 얼마나 구현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녹지를 건물을 짓고 남은 공간에 두는 것과 도시의 중요한 구조로 계획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 전주의 가로수는 왜 자꾸 작아질까

킹스크로스처럼 새로운 개발에서 녹지를 처음부터 구조에 넣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도시에서는 나무가 자랄수록 보도와 전선, 건물과 간판에 부딪힌다. 전주시가 연차별 가로수 조성관리계획을 마련하고, 잘못된 가지치기를 줄이기 위한 기준을 세우기 시작한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2025년 가로수 조성관리계획을 보면 협소한 보도와 고압선 등을 이유로 ‘수형 축소’가 여러 구간에서 반복된다. 도시숲 조성·관리계획에는 일부 가로수 갱신 과정에서 대형목을 중형목으로 바꾸는 방안도 제시돼 있다.



물론 안전과 보행을 위해 가지치기가 필요하거나, 현장 여건에 맞는 수종으로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나무가 너무 크게 자란 것일까. 아니면 큰 나무가 살아갈 공간을 충분히 만들지 못한 도시일까. 전주시도 여울로에서 수목구, 즉 나무 주변의 식재공간을 넓혀 투수면적과 생육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면, 그 나무가 충분히 자랄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전주도 도시숲 면적과 1인당 도시숲 면적을 주요 지표로 관리하며, 시민들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녹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도시숲 조성·관리계획과 가로수 관리계획에는 런던처럼 도시 전체의 수관피복률을 별도의 지표나 목표치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제는 몇 그루를 더 심을 것인가와 함께 그 나무들이 얼마나 크게 자라고 어디에 분포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 나무의 위치와 수종, 크기, 생육상태 등을 기록하는 ‘도시수목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갱신할 필요가 있다.

수관을 지도화하고 폭염 취약지역과 주요 보행로, 학교와 시장 등을 함께 살펴보면 어느 지역에 그늘과 녹지가 부족한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이런 정보는 전주천과 삼천, 공원과 가로수를 잇는 녹지 네트워크를 실제 도시공간에서 구현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전주에서도 나무와 공원, 하천과 보행공간이 하나의 그린 인프라로 더욱 촘촘히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도 일상 가까이에서 녹지가 주는 혜택을 더 고르게 누릴 수 있다.



/ 런던에서 강미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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