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김종수 박사(세명대 강사)가 전북학연구 제17집에 ‘연재 송병선의 덕유산(德裕山) 무계구곡(武溪九曲)경영과 구곡문학의 전개’와 심훈학보 제5호에 ‘연재 송병선의 퇴은과 무계구곡(武溪九曲)서벽정(棲碧亭) 경영’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연재(淵齋) 송병선(宋秉璿, 1836∼1905)은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9세손으로, 중제(仲弟)인 심석재(心石齋) 송병순(宋秉珣, 1839∼1912)과 함께 근세 유학의 일파인 연재학파를 창시하고 공유한 홍유(鴻儒)이자 우국지사다.
‘무주구천동 일사대 일원’은 고종 때 연재(淵齊) 송병선이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은거하며 서벽정(棲碧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후진을 양성하며 소요하던 곳이다. 구천동의 제6경인 일사대(一士臺)는 굽어 흐르는 하천의 침식 작용에 의해 발달된 절벽이다. 서벽정 서쪽에 배의 돛대모양으로 우뚝 솟아 있는 경관이 빼어나다.
일사대(一士臺)라는 이름은 이 고장 선비들이 송병선을 동방에 하나밖에 없는 선비라는 뜻의 동방일사(東方一士)라고 한데서 비롯됐다. 푸른 바위의 깨끗하고 의젓함을 들어 지었다고 한다.
‘무주구천동 파회, 수심대 일원’은 잘생긴 기암괴석이 절벽을 이룬다. 병풍처럼 세워져 마치 금강산과 같다고 해서 일명 ‘소금강’이라고 불린다. 연재(淵齊) 송병선이 이름 지은 무이구곡 중 마지막 명소다.
1893년 9월에 이르러 송병선은 제1곡인 은구암에서 시작하여 제9곡인 파회·은선병에 이르는 무계구곡을 조성하고, 아홉 굽이의 명칭과 ‘무계구곡’ 네 글자에 대한 각자(刻字)를 시도함으로써, 덕유산 횡천 일대가 자신의 영역임을 내외에 공표하게 된다.
특히 송병선은 학소대와 도화담·대은굴·일사대가 포함된 제3곡에 자신이 “서식(棲息)할 공간”인 서벽정을 건립했던 바, 이는 제3곡이 무계구곡의 중심적인 구간임을 시사해 보인 셈이다.
송병선은 서벽정에서 연경과 저술·강학·여기 활동 및 소요유로 점철된 자정노선의 심화에 착수하였고, '무계시첩'과 '서벽정' 등과 같은 시문 창작에 임하기도 했다.
차후 무계구곡 문학의 원운(元韻)으로 기능한 오언율시인 '서벽정'은, 숙부인 송근수를 위시하여 송병순·박성양·송응수 및 무주 군수 조병유 등이 차운시로 화답함으로써, 자정노선을 모티브로 삼은 무계구곡 문학의 기조가 형성되기에 이른다.
‘선생은 1884년[甲申]의 소사(疏事) 이후로, 종적(踪跡)을 편안히 하기가 어려워서, 분개한 듯 깊은 산에 들어 자정(自靖)하려는 의향을 두었다. 일찍이 주계(朱溪)[무주]의 동쪽 횡천(橫川)의 빼어난 지세며 풍경을 관찰하면서, 마침내 그 산수를 사랑해서 무이봉(武夷峯) 아래에 나아가 정자[亭]를 건축하고, 당인(唐人)[이백]의 시(詩) 중에 ‘나에게 왜 푸른 산에 사는지를 묻거든’의 뜻을 취하여 ‘서벽(棲碧)’이라는 편액을 내걸었다. 또 반대로 (‘열자’의) 큰 길거리[康衢]의 노랫말로써, 그 서서(西序)에 유아루(有我樓)라는 방문[牓]을 붙였으니, 나라의 경사 때 반사(頒賜)한 물품으로 이 정자를 쌓았으므로, 임금의 은혜를 알리고자 했기 때문이다(‘연재집' 부록 51권 연보)’
윗글에는 송병선이 갑신의제개혁 이후에 “깊은 산에 들어 자정(自靖)하려” 했던 경위와 더불어, 1869년에 덕유산 횡천 일대를 유람하면서 이곳을 은둔처로 점지한 정황이 아울러 드러나 있다. 나아가 당나라의 시선(詩仙)인 이백(李白, 701∼762)의 '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 ‘서벽’ 두 글자를 취하여 정자의 이름으로 삼았다.
‘묻노니, 왜 푸른 산중에 사는가/웃으며 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복사꽃 흐르는 물에 아득히 흘러가니/천지와는 달리 있어 인간 세상 아니로다
問爾何事棲碧山(문이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망극한 군덕(君德)을 예찬한 ‘열자(列子)’의 '강구요(康衢謠)'에서 서쪽 행랑인 ‘유아루’의 명칭을 삼았다는 설명이 추가되어 있다./이종근기자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김종수 박사, 전북학연구 제17집과 심훈학보 제5호에 연재 송병선 논문 2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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