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감소 예방이 기대되는 국산 아마란스

국립식량과학원 품질관리평가과 농업연구사 김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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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근육량과 근력은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한다. 근육이 줄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질 뿐 아니라 낙상과 신체 기능 저하의 위험도 커진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근감소증 유병률은 2022년 기준 7.9%이며, 80세 이상에서는 20.0%에 이른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근육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 소재 연구가 활발해지는 이유다.

최근 주목받는 식품 소재 가운데 하나가 고대 곡물 아마란스다. 아마란스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전부터 아즈텍과 잉카 문명에서 옥수수, 콩과 함께 주요 식량으로 재배됐다. 종교의식에도 쓰일 만큼 귀하게 여겨졌지만 스페인 정복 이후 재배가 억압되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이후 단백질과 지질, 항산화 성분 등 영양적 가치가 재조명되며 세계 건강식품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영양적 가치에 주목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2023년 수집종을 개량한 아마란스 신품종 ‘백선’을 개발했다. ‘백선’은 식물체가 곧게 자라고 생육이 비교적 균일하며 붉은 이삭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강원 지역 재배에 적합하며, 스쿼알렌 함량과 세포 보호 효과도 수집종과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돼 기능성 원료로서의 잠재력을 보였다.

연구는 품종 개발에 머물지 않고 기능성 검증으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백선’ 종자를 자숙하고 액화한 뒤 효소로 가수분해해 식품소재를 제조하고, 이를 근감소 동물모델에 4주간 급여했다. 그 결과 위축됐던 장딴지근 단면적이 정상 대조군 수준으로 회복되는 양상이 관찰됐다. 아직 동물실험 단계인 만큼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결과는 ‘백선’ 아마란스가 근육 건강을 위한 식품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초기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연구성과를 실제 식품으로 확장하기 위해 ‘백선’ 효소가수분해물과 볶은 원료곡을 식빵과 쿠키에 적용해 가공 적합성을 검토했다. 아마란스를 넣은 식빵은 일반 식빵보다 부피가 다소 작았지만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냈으며, 쿠키에서는 바삭한 식감과 곡물 특유의 풍미를 살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가공식품 원료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해외에서는 아마란스가 글루텐프리 시리얼과 스낵, 파스타, 대체 밀가루 등 다양한 식품 원료로 폭넓게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안데스 고산작물인 퀴노아를 강원 홍천의 기후에 적응시켜 생산하고 학교급식에 공급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새로운 작물도 국내 환경에 맞는 재배기술과 안정적인 수요처가 뒷받침되면 농가의 소득작물이자 식품산업의 원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앞으로는 ‘백선’ 아마란스의 유효 성분과 작용 원리를 더욱 명확히 밝히고, 인체 적용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원료 생산과 가공 공정을 표준화하는 한편, 다양한 식품에 적용해 맛과 품질, 소비자 수용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품종 개발부터 기능성 검증과 제품화, 소비 기반 조성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연구성과는 산업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

오래된 곡물도 과학적 검증과 식품화 연구가 뒷받침되면 오늘날의 건강 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자원이 될 수 있다. ‘백선’ 아마란스 연구가 고령사회의 근육 건강을 위한 식품 소재 개발에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국산 기능성 곡물의 길을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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