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이복희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바닥을 읽는 사람(현대시학)'을 펴냈다.
'모래톱에 묻힌 돌들이/굴착기 삽날에 얼굴을 드러낸다//이 골짝 저 골짝 떠돌던 사연들/강가로 굴러와/저마다 입을 열고 있다//소용돌이 가장자리에 서 있는/검은 돌 하나/낯선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어느 급류에 떠밀려 왔을까//깨지고 터진 자리마다/움푹한 상처들, 물결 따라/모난 곳 깎이고 둥글어져 있다//검은 돌 손에 쥐자/햇살에 달궈진 돌의 따뜻한 기운이/휑한 내 가슴을 데운다//품에 맞는 돌을 찾아/맨발로 돌아다닌 발바닥에/수천 가닥 돌의 지문이 아프다//('돌의 지문' 전문)'
삶의 깊은 성찰과 자연의 섭리, 그리고 고향과 일상의 풍경을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낸 서정적이면서도 사색적인 시집이다.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는 시간의 흐름과 삶의 유한성이다.
정일근(시인) 경남대 석좌교수는 다음처럼 평했다.
‘이복희의 시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낮은 곳에 오래 시선을 둔다. 바람이 빠져나가는 쪽문, 발바닥이 견뎌온 길바닥, 지하철의 까마귀 타투, 뒷골목의 길고양이, 모래톱의 돌, 얼굴을 잃은 불상, 가시를 세운 엄나무, 낯선 도시의 떠돌이와 작은 하늘소까지 그의 시 안에서는 저마다 자신의 생을 증언하는 존재가 된다. 시인은 그것들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몸을 낮춰 그 상처와 그림자에 자신의 얼굴을 비빈다. 그래서 이 시집에는 ‘버텨온 것들’의 체온이 있다. 상처는 돌의 지문이 되고, 가시는 마침내 그늘집을 짓고, 추락한 생명은 다시 나무를 향해 오른다. 지상과 지하, 빛과 어둠, 정착과 떠돎의 경계를 건너며 시인은 삶이란 결국 수없이 방향을 잃고도 다시 발끝을 세우는 일임을 보여준다. 그의 시를 읽는 것은 바닥에 귀를 대고 오래 묻혀 있던 생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 낮고 깊은 목소리가 독자의 마음속에서도 오래도록 바람이 되어 떠돈다'
시인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시집 『오래된 거미집』 『바닥을 읽는 사람』 수필집 『내성천에는 은어도 별이 된다』 그리고 공동시집 『바람집을 썰다』 등 다수를 펴냈다.
2010 《문학시대》에서 수필 신인상, 2022 계간 《시에》에서 시 신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주민센터에서 시 창작법을 강의하는 전도유망한 시인이다./이종근기자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