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수필] 여름일기

송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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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요즘엔 유난히 더위가 일찍 시작된다. 3월부터 기온이 급상승하면서 봄꽃들이 피는 순서 없이 마구 피었다. 매화, 개나리, 목련, 벚꽃, 진달래, 싸리꽃 이런 순서로 앞에 핀 꽃이 진 후 다음 순서의 꽃이 피었는데 몇 년 전부터인가 순서가 없더니 올해에도 유난히 한꺼번에 다투어 피어 온 세상은 꽃 속에 묻혔었다.

봄꽃이 진 후 그 더위는 계속 기승을 부려 봄옷 입을 겨를도 없이 여름옷을 입고, 5월부터 해수욕장이 문을 열고, 사방에서 물놀이가 시작 되었다. 산천도 연록의 매력을 뽐낼 겨를 없이 초록으로 무성해 버렸다. 이런 현상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변화라는데 이 원인을 오존층 파괴 등 여러 가지 과학적 근거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원래 23.5도 기울어진 지구의 지축이 바로 세워지지 않았나 하고 억지 생각을 할 만큼 우리나라의 더위도 심각하다 이해하기도 힘들고 우리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현상이라 생각할 진데 인간은 이 자연 변화에 순응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은 이해가 된다.

다만 정신없이 앞으로만 질주하는 생활을 하는 내게는 더위라는 것이 상당한 고달픔을 주고 있어 생활에 지치기도 한다. 그렇다고 더위를 원망하며 피해 다니는 것은 현명치 못한 것 같아 더위를 즐기는 방안을 생각해 봤다. 맨 처음 이 더위 동안에 멋진 시를 한 수 외우기로 하고 이왕이면 여름시를 찾다가 이해인님의 「여름일기」를 찾게 되었다.

「여름일기1」의 첫 연은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영혼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나를 빨아 널고 싶다'

로 되어 있는데 크게 공감이 된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빨래를 빨아 마당을 가로지른 빨래 줄에 가득 널어놓으면 빨래들은 신나게 춤을 추었다. 마치 온몸이 개운 하여 날아갈 것 같다는 듯이 말이다. 더구나 이불호청 등은 삶아서 빨았기에 유난히 희게 빛났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으로 펄럭이는 빨래는 기묘한 청량감으로 내 마음까지 깨끗하게 했음을 경험했다. 이 빛나는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면 저렇게 희어질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어렸을 때의 감동을 이렇게 명쾌하게 대변해 줄 시가 있었다는 데 감격해 이 시를 외웠다

얼마 전 남편을 따라 고추를 땄다. 시원할 때 얼른 해치울 양으로 새벽부터 시작했는데 마음대로 시원할 때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흐린 날이었지만 온 몸이 물속에서 금방 나온 것처럼 땀으로 젖었다 얼굴에서는 유난히 방울진 땀이 뚝뚝뚝 떨어진다. 이 땀을 그릇에 받으면 금방 한 공기가 될 것 같다. 농작물은 하늘에서 주는 비와 바람과 땅에서 솟는 영양만으로 자라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람의 땀도 섭취해야 하는가보다. 사람들이 땀을 구슬 같은 땀이라 하는데, 땀이 그만큼 값지고 귀한 것임을 새롭게 깨닫는다.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또 땀을 많이 흘리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다”는 이해인님의 시를 새기면서 이왕 흘리는 땀 열심히 흘리기로 했다. 땀과 싸우느라 팔다리 아픈 것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일하며, 사랑하며, 인내하고, 용서하며 해 아래 피어나는 삶의 기쁨 속에 여름을 더욱 사랑하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다”는 구절을 외우면서 열심히 땀을 흘렸다. 기온이 30도 이상이 되어야 고추가 붉고 벼 이삭이 여문다고 한다. 30일을 곽 채우고도 하루를 더 할애하여 아직 덜 여문 이삭을 다독여 주는 8월을 어찌 뜨겁다고 원망 하리오. 8월의 볕에 붉으려 안감 힘을 쓰는 고추와 8월 볕이어만 꼬투리가 완성되는 벼이삭은 8월의 위대함에 고개를 숙인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마지막 열매를 살찌게 명하여 주시고 그들에게 남쪽의 날을 이틀만 더 내리시어 무르익게 하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불어 넣어 주십시오” 릴케의 시 「가을날」을 읊으며 8월의 위대했음을 찬양한다. 이 폭염에도 내게 주어진 노동을 감당하면서 땀 흘리기를 거부하지 않았음이 자랑스럽다. 땀을 많이 흘릴수록 체내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기운이 왕성해지는 쾌감을 날마다 맛보며 이 여름을 즐길 수 있었다 .



송영수 수필가는



전주교육대학교 졸업, 2008년 퇴직., MBC친절생활수기 대상수상 전북교사백일장 특선, 전북여성백일장 장원, 진안문인협회 회장 현 시낭송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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