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내려놓으면 보이는 게 있지요. 지나온 삶을 다시 불러내 한 편의 시로 깎고 다듬을 때마다 작은 희열을 느꼈습니다. 누구나 인생 시집을 한 권씩 내면 좋겠습니다."
언론과 행정, 기업을 넘나들며 치열한 현장을 지켜온 한명규 JTV 부회장이 신간 시집 '사람의 무게는 향으로 잰다'(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40여 년간 직업인으로서 격동의 시대를 지나온 저자가 삶의 고비마다 건져 올린 고백과 성찰이 담겼다.
언론인, 공직자, CEO 등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자리를 지켜온 그는 명함만 수천 장 쌓인 세월 동안 스스로를 깎아내며 정면으로 부딪쳐온 삶의 무게를 담담한 시적 언어로 풀어낸다.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화려한 경력 뒤에 숨겨진 치열한 고뇌와 인간적인 쓸쓸함을 감추지 않는다.
시 '일'에서는 밤늦은 회의실의 식어버린 커피와 빈 의자를 바라보며 가장 멀리 보고 외롭게 결정해야 했던 리더의 책임감을 그린다. "돌을 깎고 깎아야 작품이 만들어지듯 나를 깎아야 했다 / 정작 바닥에 떨어진 것은 돌가루가 아니라 나다움이었다"는 구절은 사회적 중책을 맡아온 저자의 깊은 자기 고백이다.
시 '명함'에서는 차장, 부장, 국장, 사장,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계급장처럼 붙어온 직함 뒤에서 정작 자기 자신은 희미해졌던 순간을 돌이켜본다.
시 '척'의 "속으로 울면서 울지 않는 척했다 / 척 없이 산 날이 없다"는 문장은 인생을 연극처럼 살아내야 했던 현대인의 고단함을 짚어내며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저자는 세속적 가치에 대한 서늘한 통찰도 놓치지 않는다.
시 '돈'에서는 주머니 속에서 따뜻하던 것이 손바닥 위에서 차가워지는 돈의 이중성과, 어느새 주인 노릇을 하던 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욕망'에서는 식욕, 성욕, 명예욕, 권력욕을 각각 풀, 벚꽃, 소나무, 느티나무에 비유하며 욕망의 본질과 제 무게를 짚어낸다.
표제시가 된 '사람의 무게'는 그가 평생에 걸쳐 터득한 인생의 정수를 보여준다. 저자는 "사람의 무게를 자리로 재지 마라 / 자리를 치우면 남는 건 그림자뿐"이라며, 지위나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한 사람이 세상에 남기고 간 '삶의 향기'야말로 그를 대변한다고 말한다.
"요즘 난해한 시가 주류인 것 같은데, 저는 최대한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독자마다 마음에 남는 시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제 삶과 독자의 삶이 만나는 지점에서 각자 다른 울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화려한 직함의 무게를 내려놓고 나눔과 봉사로 온기를 전하는 저자의 이번 시집은, 치열하게 살아가며 진정한 자기 모습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저자는 전북 정읍 출신으로 전주고와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으며 UC버클리 방문학자를 지냈다.
그의 삶은 네 막으로 펼쳐졌다.
1막은 매일경제 편집국장 시절로, 세계한상대회 창립을 주도했다. 2막은 전북 정무부지사로 새만금 사업 추진에 힘을 보탰다. 3막은 코라오그룹 부회장으로 7년간 재직하며 저서 '비밀의 라오스'를 남겼다. 4막에서는 JTV 전주방송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현재 부회장으로 재직하며, 전북 사랑의열매 회장으로 나눔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울=정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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