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수시 원서접수 기간이 되면 학생들은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여섯 장의 원서에 어느 대학, 어느 전공을 써야 할지 고민하면서도 정작 “나는 왜 이 전공을 선택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자신의 흥미와 가치관, 강점보다 합격 가능성, 부모와 교사의 권유, 취업률, 대학의 이름을 먼저 고려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전공 선택의 새로운 조력자로 등장했다. 성적과 좋아하는 과목, 관심 분야를 입력하면 적합한 전공을 추천하고, 학과별 교육과정과 진로도 비교해 준다. 학생이 알지 못했던 전공을 발견하거나 막연했던 관심을 구체적인 선택지로 확장하는 데 AI는 분명 유용하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전공을 알려줘”라는 질문만으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AI는 학생이 입력한 제한된 정보와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능성이 높은 답을 제시할 뿐, 그 학생이 살아온 경험과 마음속의 망설임까지 온전히 알지 못한다. AI가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전공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자기 선택이라기보다 추천 결과를 수용한 것에 가깝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정답을 요구하기보다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먼저 재미있었던 수업, 몰입했던 활동, 잘하는 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구체적으로 입력해 전공 후보를 넓힐 수 있다. 그다음에는 각 전공이 자신에게 적합한 이유뿐만 아니라 맞지 않을 가능성, 필요한 역량과 예상되는 어려움도 함께 물어야 한다. AI의 답은 대학의 교육과정, 전공과목, 진출 분야 등 실제 정보와 비교하며 검증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AI를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어떤 경험이 이 선택으로 이어졌는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배운 것을 통해 어떤 문제에 기여하고 싶은가”를 자신의 언어로 말해보아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AI의 추천은 비로소 사람의 선택으로 바뀐다.
물론 고등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전공 선택은 평생 바꿀 수 없는 확정판이 아니라 현재의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세우는 첫 번째 가설이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정답을 고르는 능력이 아니라, 선택의 근거를 설명하고 새로운 경험에 따라 방향을 수정하는 힘이다.
AI 시대의 좋은 전공 선택은 AI가 가장 적합한 학과를 찾아주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답’보다 ‘설명할 수 있는 선택’이였으면 한다. AI의 추천을 참고하되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으로 검토하고, 그 이유를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수시 원서접수에서 학생이 제출하는 것은 원서 한 장이지만, 그 안에 담겨야 하는 것은 자신의 삶과 배움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이 된다.
/강윤정(교수. 원광대학교 자율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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