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잘 자라길 바랍니다. 좋은 환경에서 배우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공부와 생활습관, 친구 관계와 감정까지 세심하게 살피게 됩니다. “숙제는 다 했니?”, “친구랑 왜 싸웠어?”, “그 학원은 네 수준에 안 맞아”라는 말도 아이를 위한 걱정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부모의 관심이 지나치게 세밀해질수록 아이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갈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의 성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먹는 음식부터 학원 일정, 진로 선택까지 부모가 미리 계획하고 관리 하려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시행착오를 줄이고 좋은 선택을 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아이의 삶을 지나치게 대신 결정하면 아이는 선택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쌓기 어렵습니다.
완벽하게 관리받은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기 쉽습니다. 부모가 정해놓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실망시킬까 걱정하고, 작은 실수에도 자신을 쉽게 탓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순간에는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부모가 모든 답을 먼저 알려주면 아이는 자신의 답을 찾는 힘을 기르기 어렵습니다.
영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도널드 위니콧은 ‘충분히 좋은 어머니’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아이에게 늘 완벽하게 맞춰주는 돌봄보다,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좌절과 기다림을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아이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경험 속에서 자신의 힘을 발견합니다.
무해한 부모란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는 부모입니다. 아이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부모의 불안 때문에 모든 것을 대신 결정하기보다, 아이가 생각하고 선택할 시간을 기다려 줍니다. 아이가 숙제를 하다 막히거나 친구와 갈등을 겪을 때 부모가 곧바로 해결해 주기보다 “너는 어떻게 해보고 싶니?”라고 묻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부모에게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향한 과도한 개입은 사랑에서 시작되지만, 그 안에는 부모의 불안과 조급함이 함께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바꾸기 전에 먼저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가”를 살펴볼 때, 부모의 시선은 조금 더 여유로워집니다.
아이 인생의 운전대는 결국 아이가 잡아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도록 곁에서 응원하는 사람입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아이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실수와 시행착오의 시간에도 믿음으로 곁을 지켜주는 무해한 부모입니다.
/최미나(교육학 박사·전주대학교 교육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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