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미래]2030의 ‘불안의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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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거대 담론의 시대가 저물고 골목길의 미시적 풍경이 청년들의 무대를 채운 지 오래다. 지난 5년간 포털과 소셜 빅데이터가 포착한 2030세대의 일상은 극단적인 도파민과 깊은 무기력 사이를 널뛴다. 숏폼 플랫폼의 알고리즘 속에서 터뜨리는 즉자적인 웃음과, 자산 시장의 장벽 앞에서 뻘쭘해지는 자화상은 이들이 마주한 이중적 시공간이다.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의 지표는 이 현실이 ‘단순한 투정’이 아님을 증명한다. 2020년대 들어 '영끌'과 '빚투'로 자산 시장에 뛰어들었던 청년층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전 세대 중 가장 가파르고, 청년층의 공정성 불신 비율은 70%를 넘어선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장기 재정 전망처럼,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되면 청년 세대는 감당 불가의 보험요율과 기금 고갈의 무게를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만연한 불안과 우울을 단순한 구조적 박탈감 하나로만 설명하기에는 현실의 매듭이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다. 2030세대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은 고용 시장의 극단적 양극화, 치솟는 집값과 춤추는 전·월세에 유민 같은 삶이다. 이러한 억압적 환경과 일상적 고립감이 얽히고설켜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로 나타난다. 아무리 노력해도 계급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절망 저편에, 내일을 확답받지 못하는 실존적 불안이 엉겨 붙는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기성세대는 이 다층적이고 다발적인 외침을 여전히 거대 담론과 진영의 언어로만 흡수한다. "내 지갑과 삶에 무슨 소용이 있는가"를 묻는 청년들에게 현재의 정치와 기성세대는 효용은커녕 거대한 벽이다. 그렇다면 이 억압과 불안의 구렁텅이를 빠져나갈 구원의 단초는 없을까? 있다. 청년들에게 닥친 극심한 불안과 정책적 억압을 덜어주면 된다.

이 지점에서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선 인문학적 성찰과 ‘이전과 결이 다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 규정하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공동선을 추구할 때 비로소 참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2030세대는 각자도생의 정글에서 타인을 동행자가 아닌 경쟁자로 인식하도록 강요받는다. 비상식적이고 버거운 일상은 청년들을 고립된 섬으로 떠밀었고, 이는 그들에게 이유 있는 번아웃과 무기력을 덧입혔다. 그들을 펜데믹으로 노출된 ‘단절 트라우마’에서 꺼내주지 못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핵심은 공감과 치유. 벌어진 간극을 좁히는 데 있다. 더불어 단절된 공동체를 회복하는 ‘인문학적 세대공감’을 사회 저변에 안착시켜야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한병철이 지적한 바와 같이, 오늘날의 ‘피로사회’는 ‘성과 주체’인 개인에게 스스로를 착취하도록 몰아붙인다. 이 무한 경쟁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세대 간의 일방적인 훈수와 꼰대 문화가 아니라, 서로의 삶의 문맥과 문법을 이해하는 서사적 공감이 필요하다. 기성세대가 쌓아온 물질적 풍요의 이면에 숨겨진 청년 세대의 구조적 박탈감에 귀를 기울이고, 반대로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겪어온 산업화 시대의 고뇌를 마주하는 '세대 간 역멘토링'과 '공유 서사'에 마음의 문이 열여야 한다.

인문학은 우리에게 '쓸모없음의 유용성'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가. 폴 틸리히나 헤르만 헤세의 문학이 던지듯, 인간은 단지 효율성과 생산성으로만 환원될 수 없는 존재다. 정치가 청년들에게 제시해야 할 대안 역시 실용적 제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청년들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실패의 권리'를 보장하고,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 ‘사회적 온기’를 회복하는 일이어야 한다.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거저 얻는 행운이 아니라, 일한 만큼 거두고 버틴 만큼 나아질 수 있는 상식적인 룰과 보상이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가 단절의 벽을 허물고, 서로의 고통을 나누며 함께 연대하는 공동체적 치유가 더해질 때 비로소 2030의 일상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소소한 성취와 희망의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우리는 시혜적 숫자의 나열을 넘어, 이 인문학적 회복의 언어와 마음을 움직이는 제도로 답해야 한다. 지금처럼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신동우(로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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