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파리스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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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작은 다툼이든 큰 전쟁이든 이유 없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영웅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초대받지 못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에 앙심을 품은 에리스는 식장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문구와 함께 황금사과 하나를 남기고 사라졌다.

이 사과를 차지하기 위해 세 여신이 경쟁한다. 제우스의 아내 헤라와 딸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각각 자신의 미모를 자랑하며 사과의 소유를 우겼다. 난감한 제우스는 목동 파리스에게 심판을 맡긴다. 헤라는 부귀영화를, 아테나는 전쟁의 승리를 약속했으나,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에게 그 사과를 넘긴다.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자였으나 그가 살아있으면 왕국이 망한다는 예언 때문에 생후 산에 버려졌다. 그러나 목동에 의해 구조돼 양을 치며 살다가 그를 발견한 아버지 프리아모스에 의해 다시 궁중으로 복귀한다. 왕은 파리스를 지도자로 키우려 스파르타 외교사절로 보냈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와 왕비 헬레네는 그를 극진히 예우했다. 그러나 헬러네와 사랑에 빠진 파리스는 왕비를 보물상자에 숨겨 트로이로 데려온다.

헬레네는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 태어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기록돼 있다.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그리스 전역에서 청혼자들이 모여들자, 경쟁자 중 하나인 오디세우스는 ‘누가 그녀의 남편이 되든 그 결혼을 위협하는 자는 함께 나서서 응징하자’고 제안했고, 모두가 이에 동의했다. 트로이 전쟁에 그리스 연합군이 결성된 배경이다.

아내를 빼앗기고 실의에 빠진 메넬라오스를 본 형 아가멤논은 그리스 전역의 영웅들을 모아 트로이 원정대를 조직했다. 바다에 전함을 띄우려는데 전쟁의 신 아르테미스가 폭풍을 일으키며 허락하지 않자, 자기 딸을 죽여 제물로 바친다. 이 일로 그는 아내의 칼에 죽게 된다.

난공불락의 트로이를 함락하기 위해 그리스 연합군은 10년을 싸웠다. 양측의 희생자도 엄청났다. 오디세우스의 지략으로 목마를 안으로 들여보내 성문을 연 후, 트로이를 함락할 수 있었다.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 작전이다. 지금부터 4천여 년 전 신화 속 이야기로 트로이였던 튀르키예 북부 테브피키예 지역은 199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름다운 여인을 얻기 위한 파리스의 심판은 결국 자신의 왕국 트로이를 역사에서 사라지게 했다. 전쟁은 살인과 약탈, 방화와 강간 등 모든 죄악의 종합세트이다. 그 전쟁에 참여한 전사들은 하나 같이 자문했다.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냐?’고……

개전 4년 6개월이 지난 우크라이나 전쟁은 갈수록 안개 속이다. 한 달 안에 끝날 것이라던 트럼프의 장담과 다르게 미국과 이란 전쟁 역시 6개월을 넘겼으나 종전은 예측이 어렵다. 파리스의 심판처럼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전쟁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죽고, 도시가 파괴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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