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전주지역은 평야와 강이 근접해 있는 만큼 신선한 재료가 풍부했고, 여기에 여인들의 솜씨가 더해진 까닭에 예부터 김치의 맛이 으뜸이라고 명성이 자자했다. 저는 전주 김치 맛의 전승을 위해 레시피를 개발하고, 김치가 발효과학임을 알리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으며, 간편하게 김치 만드는 방법을 보급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전주 한옥마을에 신뱅이의 공간을 시작, 정직한 김치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나는 내 식구가 먹을 김치라고 여기며 신선한 재료로 건강한 김치를 담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 몇가지의 필수 재료만으로도 제 맛을 내는 김치가 갖는 정직함이다"
맛의 고장 전주에서 30여 년간 김치 문화 공간 ‘신뱅이’를 이끌어온 안명자 김치 명가가 '나의 김치, 우리의 김치(발행 컨티뉴)'를 펴냈다. 이번 신간은 평생을 김치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 온 지은이가 수십 년간 쌓아온 현장 경험과 학술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혼이 담긴 김치의 제조·발효 과정과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철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기록했다.
지은이가 ‘신뱅이’와의 인연은 1992년에 시작됐다. 완주군 구이면 항가리 신전(新田)5반에서 살았던 인연을 바탕으로 신뱅이를 탄생시켰다. 지은이는 우연히 마을의 옛 지명이 ‘신뱅이’임을 알게 됐다. '새로 일어나는 마을' 또는 '새롭게 일군 밭'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표현이 구전되면서 '신뱅이' 또는 '신뱅이마을'로 불려왔다. '신뱅이’라는 명칭에 운명처럼 이끌리기 시작했고, 누군가 불러주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신뱅이’에 자신의 김치 철학을 담아 생기를 불어넣는 일을 시작했다.
" ‘신뱅이 김치’ 음양오행은 한국인의 삶 속에 자리한 주요한 철학이다. 우주 만물을 만들어 음양의 두 기운,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 목·화·토·금·수인 오행을 말한다.김치에도 이러한 음양오행의 이치가 담겨 있다. 배추와 무는 단맛과 쓴맛을 가지고 있고, 고추·마늘·생강의 매운맛, 젓갈·소금의 짠맛, 발효김치의 신맛이 조화롭다.색깔도 청·적·황·백·흑의 오방색이 담겼고, 영양학적으로도 5대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등 김치에는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
'신뱅이'는 전주 한옥마을에 새 밭을 일구는 마음으로, 김치 만드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는 각오가 그 이름에 담겼다.
책은 모두 4부 구성으로 안 명가의 김치 철학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1부 ‘김치가 익어가고, 내가 익어간다’에서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밥상에 올랐던 김치의 추억을 통해 명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와 삶의 궤적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냈다. ▲2부 ‘김치를 이어가는 기준’에서는 대대로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만 전해지던 어머니의 ‘감(感)’을 현대적인 계량 기준(중량g)으로 표준화하여 누구나 쉽게 재현할 수 있는 레시피 확립 과정을 소개한다.
특히 ▲3부 ‘김치를 담다 - 12가지 김치의 이해와 레시피’는 본 도서의 핵심으로 배추김치, 양파물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알타리김치, 갓김치, 오이소배기, 깻잎김치, 쪽파김치, 샐러드김치, 백김치, 고들빼기김치 등 대표적인 12가지 김치의 고유한 발효 특성과 맛을 내는 결정적 비법을 한눈에 보기 쉽게 수록했다. 마지막 ▲4부 ‘담아가는 김치’와 에필로그에서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김장문화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한 기록자로서의 사명감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나의 기억은 언제나 거꾸로 이어진다. 아버지 회사가 군산 화물이었고 우리의 트럭도 여러 대 있었다. 운전수와 조수가 함께 움직이던 시절. 우리는 모두 함께 트럭을 타고 배추밭으로 가서 배추를 뽑아 뿌리(배추뿌랭이)를 잘라 자루에 담아 두고 겨우내 깎아 먹던 시절의 이야기까지. 나는 그것을 마치 무용담처럼 꺼내어 말하곤 한다. 그 배추를 절이고, 마당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씻어내고, 평상 위에 차곡차곡 쌓아 물을 빼던 장면들이 끊어졌다 이어지며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렇게 담근 김치는 썰어서도 먹고, 찢어서도 먹고, 끓이고, 지지고, 홍어를 싸 먹기도 했다. 그 기억 속 김치 맛은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김치의 기준이 되었다. 나는 평생 그 맛을 놓지 않고 살아왔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그 밥상.그 김치 한 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내가 담아 온 모든 김치는 어쩌면 그 한 점의 김치를다시 찾아가는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지은이는 이미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일본 사이타마현 히다카시의 고려신사(高麗神社)에서 ‘일본 일한 김장마쓰리’를 기획하고 총괄 지도하며 한국의 우수한 김장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린 주역이다.
2010년부턴 전주 한옥마을에 ‘신뱅이’ 공간을 열고 음양오행의 이치가 담긴 정직한 김치를 선보이며 전주 김치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이끌어왔다.
지은이는 "김치는 한 사람의 손에서 시작되지만, 나의 김치가 타인에게 이어질 때 비로소 '우리의 김치'가 된다"면서 "이 책을 펼친 누구나 김치를 직접 담아보고 싶어지고, 자신만의 김치를 기록해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은이는 어머니에게서 배운 김치를 바탕으로 수십 년 동안 김치를 담그고 가르쳐왔다. 손맛을 현대적인 계량 기준으로 정리하고 발효의 흐름을 체계화했다.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하며 오랫동안 담아 온 김치를 다시 돌아본다. 나는 특별한 김치를 만들기 위해 살아온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김치를 담고, 그 김치를 이해하고,그 맛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돌아보면 그 시작에는 늘 부모님이 계셨다"
군산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신뱅이김치와 신뱅이식당을 운영하면서 김치의 전통과 현대적 계량 기준을 연구·보급하고 있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김치를 바탕으로 수십 년간 김치를 담그고 가르치며, 김치 제조와 발효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김치를 단순한 조리법이 아닌 발효와 기준의 언어로 기록하고, 누구나 재현할 수 있는 김치의 체계를 만드는 데 힘써 왔으며, 국내외 교육·기술지도·문화교류를 통해 한국 김치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의 맛 발효김치』, 『김치는 나의 혼, 우리의 문화』 등이 있으며, 전주한옥마을에서 '신뱅이'를 운영, 새로운 김장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종이책은 한옥마을 신뱅이식당에서만 판매한다. 직접 김치를 먹고 보고 저자와 대화를 한 사람들이 책을 구할 수 있다. 다만, 전자책으로 온라인 유통사를 통한 판매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올해엔 담아가는 김치 프로그램을 매주 1회에 걸쳐 하고 있다. 사라지는 친정 엄마가 해주는 것을 직접 체험하는 셈이다. 귀찮은 과정은 제가 해드리니, 여러분들은 그 과정을 잘 보고, 결과물을 그냥 가져가면 된다"
지은이는 이번 신간 출간과 발맞추어 올부터 누구나 쉽고 생활 속에서 김치를 배우고 고유의 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체험형 실습 교육 프로그램인 ‘담아가는 김치’를 본격적으로 운영, 전주 김치의 맥을 탄탄히 이어가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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