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동학농민혁명 유족 연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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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필자의 고향은 고창군 공음면이다. 동학농민혁명 무장기포지 구수내 마을과는 4킬로 미터 정도 떨어진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그러함에도 동학농민혁명을, 학교 교실에서 배운 대로, 정읍에서 일어난 반란쯤으로만 알았었다. 물론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재조명 소식을 드문드문 접하기는 했으나 귓등으로 들어 넘겼다. 그렇기에 동학농민혁명 근원지가 무장현(현 고창지역)이었음을 까마득히 모른 것이다.

요즈음 전북특별자치도의 동학농민혁명 유족 연금 지급을 두고 말이 많다. 야당 유력한 정치인이 대정부 질문을 통해, 임진왜란 의병 운운하며 비판하자, 너도나도 이때다 가세하기 시작했다. 비난의 봇물을 만들어, 금세 나라가 거덜 날 것처럼 호들갑이다. 그러나 그들 주장의 근거는 턱없이 빈약하다. 임진왜란은 공신을 선무공신, 호성공신, 청난공신, 선무원종공신으로 구분하였다. 공신록에 등록하여 상응하게 예우했다. 수백 년이 지났으나 지금도 그 후손은 선조의 서훈이 가문의 크나큰 영예이다. 물론 의병 지도자 중심이기는 했다. 당시의 사정으로 모두에게 서훈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의 사정은 천양지차다. 세계가 대한민국 경제력을 부러워한다. 세계가 강대국으로 인정한다. 그러므로 수백 년 전의 임진왜란을 끌어들인 비난은 옹졸함의 극치이다. 그들도 모르지 않는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호도하여 혹세무민에 열중한다.

필자는 두 편의 동학농민혁명 소설을 저술했다. 물론 동학농민혁명은 법적인 명칭이다. 그러나 그간 주입된 인식을 토대로, 혁명이라는 단어에 의문을 품고 시작했다. 그런 만큼 방대한 자료가 필요했다. 닥치는 대로 자료와 문건을 수집하고 빠짐없이 탐독했다. 각종 학술대회를 쫓아다녔다. 대부분 진압군 관점의 자료였기에 현장을 십여 차례나 방문하여 확인했다. 관련자의 증언도 수없이 청취했다. 자료의 행간까지도 훑어 살폈다. 아무리 살펴도 동학농민혁명은 3.1, 4.19, 5.18, 촛불과 빛의 혁명으로 이어진 진행형 혁명이다. 민주주의의 시원이며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뿌리다.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 며칠씩 울분을 다스리지 못했다. 의문을 품고 덤빈 내가 부끄럽고 미웠다.

동학농민혁명은 조병갑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 매관매직으로 고부군수가 된 그는 탐관오리의 대명사로서 고부민란을 촉발한 장본인이다. 그런데도 동학농민혁명 이후, 일본에 발탁되어 고등재판관에 올랐다. 그리고 동학 교주 최시형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수많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를 처벌했다. 이처럼 친일파는 동학농민혁명 진압 과정에서 대량으로 생겨났다. 스스로 일본군의 사냥개가 되어 권력과 부귀영화를 거머쥐었다. 대대손손 좋은 환경에서 질 높은 교육으로 권력을 차지했다. 기득권이 되어 곡학아세로 역사를 주무르고 세상을 호령하며 떵떵거린다.

반면에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는 역적이었다. 지하로, 더 깊은 지하로 숨어들어야만 했다. 성씨를 바꾸어서 살아남아야 했다. 입 뻥긋했다가는 목이 날아가고 불에 태워져야 했다. 보국안민과 제폭구민을 외치고 도모한 대가를 목숨으로 치러야 했다. 수많은 세월을 역적으로, 후손까지도 역적의 오명으로 살아내야 했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법적으로 명예가 회복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역적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자들이 부지기수이다. 여전히 음으로 양으로의 수모를 견뎌야만 한다.

필자는 동학농민혁명 소설을 저술한 인연으로 유족회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인고의 모습을 봤다. 교육은커녕 살아남기조차 힘겨웠던 세월을 목격했다. 고향에서 동학의 ‘동’자 조차도 듣지 못한 까닭을 알만했다. 특별법이 항일 무장투쟁으로 인정하고도 서훈에서 배제한 이유도 짐작되었다.

동학농민혁명은 평등 사회를 꿈꾸었다. 지방자치를 도모했다. 신분 차별이 없는 대동세상을 시도했다. 사례가 별로 없는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다. 우리의 자랑이며 인류의 모범이다. 결단코, 당당해야 한다. 시비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 다운 선도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성수(소설가(주)천일건축엔지니어링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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