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세계가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K팝과 K-드라마를 넘어 K-푸드, K-뷰티, K-웹툰까지 이른바 K-컬처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가 되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 역시 방한 관광객 4천만 명 시대를 새로운 목표로 내걸고 K-컬처와 관광을 연계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성장 앞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많은 세계인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의 지역으로 향하고 있는가?”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K-팝 공연을 보고 명동과 성수동, 궁궐을 둘러본 뒤 돌아가는 관광만으로는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이제는 “외국인을 어떻게 지방으로 데려올 것인가”가 아니라 “외국인이 지역에 머물고 다시 찾아올 이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방에는 서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수많은 문화자원이 있다.
전주에는 판소리와 한옥의 정취가 있고, 남원에는 춘향과 국악의 서사가 있다. 순창의 장류문화와 고창의 생태환경 역시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고유한 문화자산이다.
정읍도 마찬가지다. 세계인이 정읍을 찾아야 할 이유가 내장산과 구절초만이 아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백제가요 ‘정읍사’의 애틋한 기다림이 있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동학농민혁명의 뜨거운 역사가 있다.
어느 지역에나 오랜 시간 그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음식, 풍습, 예술, 자연과 삶의 이야기가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관광상품’이 아니라 ‘문화콘텐츠’로 만들지 못했다는 데 있다. 동학농민혁명을 역사책 속 사건으로 설명하는 것과 그 정신을 음악과 공연, 미디어아트, 거리축제와 체험으로 되살려 세계인이 직접 느끼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판소리 역시 공연장에서 한 번 듣고 돌아가는 것을 넘어, 그 소리가 태어난 지역을 걷고 직접 한 대목을 배우며 음식과 이야기를 함께 경험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K-컬처가 된다.
지역축제도 마찬가지다. 며칠 동안 몇 명이 다녀갔는지만 셀 것이 아니라, 축제가 끝난 뒤 지역의 예술가에게 무엇이 남았는지, 청년에게 어떤 기회가 생겼는지, 상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관광객이 다시 찾아올 이유를 만들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K-컬처의 다음 무대는 더 넓은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직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지역 곳곳에 이미 그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지역을 구경거리가 아닌 문화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방한 관광객 4천만 명 시대를 준비하는 대한민국 문화관광의 새로운 과제가 아닐까.
K-컬처의 다음 장은 바로 지역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오승옥(문화활동가·관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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