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인류는 지금 거대한 문명의 전환점에 서 있다. 강대국들의 대립과 견제, 종교와 민족을 둘러싼 갈등과 전쟁, 기후와 환경의 위기, 그리고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인류의 미래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인류의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인가.
정영모의'신의 역사와 인간의 운명(펴낸 곳 신아출판사)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성경과 요한계시록, 수메르 문헌과 세계 각지의 고대 신화, 역사와 과학의 성과를 폭넓게 살펴보면서 인간의 기원과 신의 존재, 문명의 탄생과 종말, 그리고 AI 이후의 미래까지를 하나의 거대한 시간축 위에서 탐구한다.
저자가 미래의 종말을 이야기하기 위해 먼저 선택한 것은 과거로의 여행이다.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종말의 사건들이 실제적인 의미를 지니려면 그 바탕에 놓인 인류의 과거와 신의 역사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수메르 문헌을 독특하게 해석한 자카리아 시친의 이론에 주목한다. 시친은 수메르 점토판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니비루와 아눈나키라는 존재가 지구에 등장해 인간의 탄생과 고대 문명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견해는 현대의 역사학·고고학·천문학 등 주류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지은이는 시친의 이론을 비롯한 다양한 가설과 고대 신화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신화나 전설로만 여겨온 이야기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주장을 정답으로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역사와 종교의 틀을 넘어 인류의 기원과 문명에 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지구의 역사를 크게 ‘신의 시대’, ‘공존의 시대’, ‘인간의 시대’라는 세 단계로 나누어 바라본다.
‘신의 시대’는 신적 존재가 인간과 지구 문명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는 시기이며, ‘공존의 시대’는 신과 인간이 함께 문명을 발전시켜 나간 시기, ‘인간의 시대’는 인간이 스스로 문명의 주체가 된 현재의 시대를 의미한다. 이러한 역사관은 일반적인 역사학의 시대 구분과는 다른 독특한 관점이다. 따라서 이 책의 주장은 확정된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단 하나의 대안적 역사관이자 문명 해석의 틀로 읽을 필요가 있다.
책의 관심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가 궁극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인류의 미래를 향한다.
특히 오늘날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는 이 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간은 왜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의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는가. AI의 최종적인 수혜자는 과연 인간인가. 미래의 AI는 계속 인간의 도구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인간과는 다른 새로운 지능의 주체가 될 것인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AI를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인류 문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전환의 매개체로 바라본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요한계시록의 종말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전쟁과 심판, 사탄의 대결, 새 하늘과 새 땅 등의 상징을 미래 문명의 변화와 연결해 바라본다.
여기에서 종말은 단순한 파괴나 인류의 멸망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존 문명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시작되는 거대한 전환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니비루의 귀환과 신들의 재출현이라는 가설을 통해 인류가 또 한 번 거대한 문명적 변화를 맞을 가능성을 상상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 역시 확정된 미래의 예언이라기보다 고대의 기록과 현대 문명의 변화를 연결해 바라본 하나의 해석이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요한계시록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해석이다. 지은이는 이를 단순히 초자연적인 천상의 세계로만 보지 않고, 인간과 신의 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문명이 탄생하는 미래의 상징으로 바라본다. 지구를 넘어 달과 화성으로 확장되는 우주 문명, 첨단 과학기술과 새로운 사회질서, 인간 수명의 연장, 환경의 회복 등이 결합된 새로운 시대를 상상한다.
이러한 미래상 속에서 에덴동산은 지나간 신화가 아니라 인류가 다시 회복해야 할 이상적인 문명의 원형이 된다. 결국 종말은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문명의 전환이라는 메시지로 귀결된다.
그러나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종말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선택과 책임이다. 미래가 이미 결정되어 있다면 인간의 선택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반대로 인간의 의지와 행동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지은이는 요한계시록을 비롯한 성경의 상징들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구원할 수도 있지만, 잘못 사용된다면 오히려 인간의 존재를 위협할 수도 있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선택과 가치일지도 모른다. 『신의 역사와 인간의 운명』은 바로 그 문 앞에서 인류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성찰하게 하는 도전적인 문명 탐구서다.
전주에서 출생한 지은이는 신과 AI 그리고 인간의 미래와 종말에 대한 깊은 탐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치열한 사유와 성찰의 과정 속에서 탄생한 기록으로, 거대한 담론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이종근기자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