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맘대로 프로젝트’의 두 번째 그룹 전시'개인전 종합세트'가 6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1, 2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들은 회화, 설치, 도자, 조형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모여 결성한 창작그룹으로, 하나의 그룹전 안에서 작가 5인이 독립된 개인전 형식을 취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기획했다. 다섯 명의 개인전은 종합선물세트를 열듯 한 자리에서 선물로 예술을 쏟아낸다.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의 뚜렷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풀어낸 다채로운 신작들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김현숙 작가의 '황금 시기'는 돌에 자신의 영혼을 담아냈다. 작가는 돌을 통해서 끓어오르는 열망과 살아 숨 쉬는 의미를 나타낸다. 작가는 청춘을 돌아보고 이 세상에 꿈을 펼쳐내길 원한다. 어느 날 앞마당에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던 돌이 눈에 들어왔다. 돌은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역사다. 묵묵히 살아온 내 삶과 닮았다. 그 돌은 작가의 붓끝을 움직이게 했고, 그림을 그리며 몸 안에 황금 혈류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그리며 돌에게 자신의 마음의 옷을 입혔다.
여은희 작가의 '태양·꿈·사과'는 개인전 타이틀이면서 프로젝트의 제목이다. 건강한 태양의 기운을 붙잡고 싶어 붉은 원단과 재활용 실을 뜨개질했다. 2023~2025년까지 먹고 남은 채식 부산물을 바느질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제 과일 껍질은 곰팡이가 피었고, 채소는 바스라졌다. 소멸했다. 썩는 데 300년 걸린다는 플라스틱과 한 통속인 원단만 남았다. 작가는 붉은 원단을 가만히 바라보다 태양과 생명을 상징하며 작품에 사용했다는 걸 상기했다. 천의 결을 따라 가늘게 찢었다. 상자 속 어둠에 묻혀 있던 털실도 꺼냈다. 천 조각과 털실 자투리를 뜨개질하기 시작했다. 연대와 변신으로 엮이며 새롭게 태어났다. 아침의 태양으로. 태양은 사과가 됐다.
임명화 작가의 '고맙다! 엉뎅이 방석'은 어느 날 엉뎅이 방석에 시선이 머문다. 끈이 늘어나고 터지고 녹이 슬어 한쪽으로 밀린 방석은 작가의 땀방울이자 노동의 흔적이다. 농부이며 화가로 살고 있는 임명화 작가는 농민들의 애환을 엉뎅이 방석에서 본다. 작가는 낡고 너덜너덜한 방석을 그리며 노동의 숭고함을 생각한다.
장윤정 작가의 '경우의 수, 그리고 나'는 삶은 수많은 경우의 수가 만나 만들어지는 하나의 여정이다. 우리는 매일 사람을 만나고, 계절을 지나며, 빛과 자연을 마주하고, 기억과 우연 속에 살아간다. 그 모든 순간은 하나의 가능성이 되고, 또 다른 가능성과 이어지며 지금의 '내'가 되어 간다. 작가의 작업은 2024년 작은 주사위 하나에서 시작됐다. 이번 전시는 지나온 시간과 기억, 감정, 그리고 아직 만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들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 공간에서 저마다의 ‘경우의 수’를 만나길 바란다.
전설희 작가는 '흙으로부터'를 선보인다. 작가는 7년간 머물던 작업실을 옮기며 버려지거나 미완으로 남은 그릇들을 마주했다. 폐기되는 과정에서 깨지고 부서지는 그릇의 소리를 들으며, 작가는 그것이 소멸이 아닌 태초의 물질인 ‘흙’으로 되돌아가는 순환의 여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번 전시는 단단한 형태를 내려놓고 다시 고요한 흙이 되어 또 다른 시작을 기다리는 존재들의 마지막 여행 기록이다. 전시장 바닥에 깔린 흙가루와 파편, 깨진 그릇 무더기는 버려짐이 아닌,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순환의 현장을 보여준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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