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임진왜란 당시 논개의 남편이자 의병장으로 순국한 충의의 상징, 최경회 장수현감의 선정불망비가 허술한 관리 속에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은 행정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처럼 귀중한 역사적 자산이 국가나 지자체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지정문화재’라는 이유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는 점은 깊은 우려를 낳는다.
이번 최경회 현감 선정불망비의 사례는 전국에 산재한 비지정문화재의 보존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당국의 철저한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웅변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지탱하는 핵심 인물의 유적이 단지 법적 '지정문화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은 비판받아 마당하다. 이는 단순한 소홀함이 아니라, 지역의 소중한 문화 자산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심각한 직무유기다.
전국에 산재한 비지정문화재는 예산과 인력 부족이라는 핑계 속에 훼손과 도난, 멸실의 위기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최경회 현감의 선정불망비처럼 역사적 가치가 뚜렷한 유물마저 잡풀 속에 묻혀 풍화되도록 내버려 둔다면, '문화 관광 도시'는 알맹이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
지정문화재만 감싸고 도는 편의주의적 행정에서 벗어나, 보존 가치가 있는 비지정문화재를 선제적으로 보호할 실효성 있는 대안이 강력히 요구된다.
지자체는 소극적인 감시를 넘어 제도적·행정적 틀을 완전히 전면 쇄신해야 한다.
먼저 모든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민관 합동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하고, 위치와 보존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종합 디지털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조례 개정을 통해 비지정문화재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예산 편성 기준을 명문화하고,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전담할 인력을 매칭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나아가 유물의 소유주나 지역 주민을 '문화재 지킴이'로 위촉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민간 참여형 관리 모델을 정착시킨다면, 예산과 인력난을 동시에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터이다.
지정문화재와 달리 현실은 비지정문화재는 예산 지원이나 주기적인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다.
사유지에 위치해 있거나 인적이 드문 곳에 홀로 남겨진 비지정문화재들은 개발 논리에 밀려 훼손되거나, 자연재해와 풍화 작용 속에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다. 최경회 현감과 같이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대변하는 소중한 자산마저 ‘비지정’이라는 틀에 갇혀 홀대받는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뿌리를 스스로 잘라내는 꼴이 된다.
지역의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문화재는 단순히 오래된 돌덩이나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주민의 자긍심이자, 미래의 훌륭한 문화·관광 자원이다.
이제라도 전북의 지자체들은 이제라도 관내 비지정문화재의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과 광역지자체 역시 지정문화재 위주의 편향된 보존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지정문화재가 가치를 인정받아 지정문화재로 승격되기 전까지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최소한의 보존·보수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의 가치는 '지정' 여부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지정 직인이 찍히는 순간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우리 곁에 숨쉬는 모든 역사적 흔적을 소중히 여기고 철저히 관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우리 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홀대하는 현행 보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비지정문화재의 멸실을 막을 구체적인 안전망을 당장 구축하라.
[사설] 비지정문화재 관리 체계 전면 쇄신해야
‘최경회 장수현감 선정불망비’가 주는 교훈 비지정문화재 공백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