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 밝힌 한국 재래돼지의 기원과 보존 가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센터 조인철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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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우리나라에는 오랜 세월 농가와 식문화를 함께해 온 한국 재래돼지가 있다. 검은 털과 뛰어난 환경 적응력, 독특한 육질은 다른 품종과 구별되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사육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국 재래돼지는 우리 축산의 역사와 함께해 온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한국 재래돼지가 한반도에서 처음 길러진 돼지인지, 다른 지역에서 들어와 오랜 시간 우리 환경에 적응한 것인지는 오랫동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한국 재래돼지를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국 재래돼지와 한반도 야생멧돼지의 유전 정보를 비교·분석했다. 유전 정보는 가축의 뿌리와 이동 과정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연구 결과 현재 한반도에 서식하는 야생멧돼지는 하나의 집단이 아니라 여러 계통으로 나뉘어 있으며, 유전적 다양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주목할 결과는 한국 재래돼지의 기원이었다. 연구 결과 한국 재래돼지는 현재 한반도에 사는 야생멧돼지보다 중국의 재래돼지와 더 가까운 특징을 보였다. 이는 중국에서 이미 길러지던 돼지가 오래전 한반도로 들어온 뒤 우리 자연환경과 사육 방식에 적응하면서 지금의 한국 재래돼지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연구 결과가 한국 재래돼지의 가치를 낮추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랜 세월 우리 환경과 농가의 사육 문화 속에서 독자적인 특성을 갖게 됐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같은 뿌리를 가졌더라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에 따라 새로운 품종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한국 재래돼지는 바로 그런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재래가축은 단순히 오래된 품종이 아니다.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면서 축적된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미래 축산을 위한 소중한 자원이 된다. 특히 기후변화와 새로운 질병이 잇따르는 상황에서는 생산성뿐 아니라 환경 적응성과 질병에 강한 특성을 가진 가축의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재래돼지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더욱 중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번식 집단을 유지하고 혈통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질병이나 재난에 대비해 정액과 수정란 등 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기반도 갖춰야 한다. 한 번 사라진 유전자원은 다시 되찾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의 보존 노력이 미래 축산의 경쟁력을 결정할 수 있다.

잘 보존한 재래돼지는 산업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난축맛돈은 제주재래돼지의 우수한 육질과 개량종의 생산성을 접목해 개발한 대표적인 사례로, 재래돼지의 보존과 활용이 함께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재래돼지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 축산의 경쟁력을 키우는 국가 생명자원이다. 그 가치를 과학적으로 밝혀 보존하고 활용하는 일은 우리 축산의 미래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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