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어릴 때 놀이터 철봉에 매달려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두 손으로 철봉을 잡고 흔들기도 하고, 다리를 들어 올리고, 친구들과 누가 오래 버티나 시합도 했다. 그때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동작이다.
그런데 어느 날 철봉 앞에 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손은 금세 미끄러지고, 팔은 후들거리고, 어깨는 뻐근하다. 턱걸이는커녕 10초 매달려 있는 것도 쉽지 않다. 중년 이후일수록 다시 한번 철봉을 잡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매달리기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내 몸을 내 힘으로 지탱하는 능력을 확인하는 가장 원초적인 운동이기 때문이다.
악력은 단순히 ‘손아귀 힘’이 아니다
악력은 손으로 물건을 세게 쥐는 힘만을 뜻하지 않는다. 손가락과 손바닥, 전완근뿐 아니라 팔과 어깨, 몸통이 함께 만들어내는 힘이다. 그래서 악력은 전반적인 근력과 신체 기능을 보여주는 지표로 널리 활용된다.
나이가 들수록 악력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뚜껑을 열고, 장바구니를 들고, 무거운 물건을 옮기고, 계단 난간을 붙잡는 모든 일에 손의 힘이 필요하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을 때 무언가를 붙잡아 몸을 지키는 데도 악력이 필요하다.
결국 잡는 힘이 약해진다는 것은 단순히 손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지탱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악력을 키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
철봉을 잡는 것이다.
첫 번째 목표는 턱걸이가 아니라 ‘매달리기’다
철봉을 잡고 체중을 버티는 순간 손가락과 전완근은 강하게 작동한다. 동시에 어깨와 견갑골 주변 근육도 몸을 안정시키기 위해 참여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무조건 몸 전체를 축 늘어뜨려서는 안 된다. 어깨 통증이나 회전근개 손상, 오십견 등이 있는 사람은 매달리는 자세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통증이 있다면 발을 바닥에 둔 채 체중을 일부만 싣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처음에는 10초면 충분하다.
철봉을 양손으로 잡고 발을 바닥에 둔 상태에서 무릎을 조금 굽혀 체중 일부를 손에 싣는다. 익숙해지면 발에 실리는 무게를 조금씩 줄인다. 통증 없이 가능하다면 발을 완전히 떼고 10~20초 동안 매달린다.
10초씩 3세트에서 시작해 20초, 30초로 늘려보자. 중요한 것은 남들과 시간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달의 나보다 조금 더 오래 내 몸을 지탱하는 것이다.
매달릴 수 있다면 이제 어깨를 움직여보자
다음 단계는 ‘액티브 행(active hang)’이다.
철봉에 매달린 상태에서 팔꿈치는 굽히지 않고, 어깨를 귀에서 살짝 멀어지게 만든다는 느낌으로 견갑골을 아래쪽으로 움직인다. 몸이 몇 센티미터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다.
이른바 ‘견갑골 턱걸이’다.
처음에는 3~5회만 해도 충분하다. 익숙해지면 8~10회까지 늘린다. 이 동작은 단순히 축 늘어져 있는 매달리기에서 벗어나 내 어깨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가능해졌다면 드디어 많은 사람이 꿈꾸는 운동으로 넘어갈 수 있다. 바로 턱걸이다.
턱걸이 한 개는 생각보다 대단하다
턱걸이는 팔 운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훌륭한 상체 복합운동이다. 손으로 철봉을 강하게 잡고, 광배근과 팔꿈치를 굽히는 근육, 견갑골 주변 근육과 코어가 함께 작동해야 몸이 올라간다.
그래서 턱걸이를 못한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턱걸이 한 개를 하기 위해서는 그전에 여러 능력이 준비되어야 한다.
‘매달리기 → 견갑골 턱걸이 → 보조 턱걸이 → 천천히 내려오기 → 턱걸이’
이 순서로 가면 된다.
먼저 매달리기 20~30초가 편해지면 견갑골 턱걸이를 5~10회 연습한다. 그다음 발을 의자에 올리거나 밴드의 도움을 받아 턱걸이를 한다. 올라가는 것이 어렵다면 의자를 밟고 턱을 철봉 위까지 올린 뒤, 3~5초에 걸쳐 천천히 내려오는 ‘네거티브 턱걸이’를 해보자.
한 번에 3~5회면 충분하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때의 턱걸이 한 개는 단순한 ‘1회’가 아니다.
내 손이 내 몸을 잡았고, 내 등이 내 몸을 끌어올렸으며, 내 코어가 흔들리는 몸을 지켜냈다는 뜻이다.
철봉 하나면 충분하다
거창한 운동기구가 없어도 된다. 하루 10초 철봉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10초가 20초가 되고, 30초가 된다.
매달리기가 견갑골 턱걸이가 되고, 보조 턱걸이가 된다.
그리고 어느 날, 평생 안 될 것 같았던 턱걸이 한 개가 성공한다.
나는 그 한 개의 턱걸이가 꽤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히 턱을 철봉 위로 올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손으로 내 몸을 붙잡고, 내 근육으로 내 몸을 끌어올린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무엇인가에 의지하는 일이 많아진다. 그러나 가능한 한 오랫동안 내 손으로 잡고, 내 다리로 서고, 내 힘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잡는 힘이 살아 있으면 삶의 힘도 살아 있다.
매달릴 수 있다면 버틸 수 있고, 끌어올릴 수 있다면 아직 더 강해질 수 있다.
/액티브코어 운동센터 대표 유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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