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창]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협의와 합의, 민주적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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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둘러싸고 세상이 시끄럽다. 법원행정처장은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하고, 대통령실은 3-4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놓고 마치 협의를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 등등 진실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실에 불과 3-4시간 전에 통보한 것이 사전 협의인지, 형식만 갖춘 일방적 통보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 삼권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사전에 협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절대적 독립적 제청권이라는 주장과 그 동안 상호 긴밀한 사전 협의를 통한 제청이 불문율적 관행인데도 불구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정치적 행위를 했다는 강력한 비판이 대척점에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104조 제1항은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3항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의하면, 입법, 사법, 행정의 3 기관이 삼권분립이라는 원칙에 의하여 상호 독립과 견제를 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유권자인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었으나, 대법원장은 국민의 직접 선거로 뽑힌 직위가 아니다. 그래서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는데 반하여,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고, 또한 대법관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다. 즉 유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하는 것은 민주적 통제와 상호 견제를 위한 헌법적 장치이다. 그래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대통령의 임명권과 국회의 동의권을 전제로 작동하는 헌법상 권한이다.

그럼에도 법원행정처장은 제청권의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대법원장의 절대 독립적인 권리라고 강변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금까지 법원조직법 제41조의2 제1항에 근거하여 구성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대법원장이 위원 10명 중 당연직 위원을 제외한 6명을 임명함)에서 추천된 후보들 중에서 대통령과 긴밀한 상호 협의를 한 결과를 가지고 후에 서면 추천했던 불문율적 관행을 최초로 일방적으로 깨 버렸다. 그런 후 대법원장은 제청권을 행사하였으니, 국회에서 동의하던지 말던지, 대통령이 임명하던지 말던지 알아서 하라는 식이고, 참으로 무책임한 파국적 정치행위를 한 것이다.

국민주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명권자이고,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에 있어서 사전 협의와 조율을 거친 서면 제청은 그 동안 한번도 깨지지 않은 불문율이었다. 협의는 어떤 안건이나 사안에 대해 함께 서로 의견을 나누고 의논하는 것을 의미하고. 협의의 핵심 개념은 단순히 의견을 교환하는 ‘논의’보다 ‘함께 결정’하는 과정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합의는 서로 의견이 일치함. 또는 그 의견을 말한다. 협의와 합의의 차이를 살펴보면, 협의는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반드시 최종 결론이 나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합의는 의견을 조율한 끝에 결론에 도달한 ‘상태’나 ‘결과’를 의미한다. ‘합의’는 의견의 일치를 요구하는 것이고, ‘협의’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여러 정부에서도 대법관의 제청과 임명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각자 원하는 후보를 임명하고자 나름의 줄다리기도 했을 것이고, 어떤 때는 대법원장의 뜻이, 대통령의 뜻이 많이 관철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전 협의를 거친 제청이라는 오래된 불문율을 깨려면 그 이유에 대한 설명과 국민의 이해와 납득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헌법기관 사이에 있었던 협력방식에 대한 돌변적 시도는 강력한 충돌이 충분히 예상되었음에도, 그 파국을 초래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과 제청권 뒤에 숨어 있기만 하다. 상호 견제와 책임있는 결론을 도출하라는 삼권분립, 헌법기관 사이의 신뢰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망각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무책임한 정치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송광섭(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법학박사, 수필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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