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 나서면 공원·정원… 언제든 ‘황제 산책'

어농삼락 ⑰ 마이산은 산책 천국 진안군, 북부 마이산에 20년 이상 1,000억 넘게 투자 산 깎아 들 메우는 대규모 토목공사로 상전벽해 이용률 저조해 한숨… 모노레일 추진은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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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마이산 북편에 있는 진안읍 단양리 외사양마을(옛지명 시앙골) 일대는 공원으로 이루어진 관광단지이다. 진안읍에서 남쪽으로 2 ㎞ 정도 떨어진 이 마을 주변은 논이나 밭보다는 정원과 공원, 박물관 등이 들어서 있다. 1970~80년대에는 마이산 관광객들이 타고온 차가 일으킨 흙먼지로 뒤덮였던 촌구석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마을 앞쪽에 있는 산을 깎아서 정원과 산책로를 만들고 여기서 파낸 흙은 계단식 논을 메우는데 썼다. 굴곡과 높낮이가 심했던 산과 들의 풍경이 완전히 뒤바뀔 정도의 엄청난 토목공사를 통해 관광단지가 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는 ‘산책 천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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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북부마이산 주요시설 위치도. 오른쪽 아래 ‘★농장’이 농촌체류형쉼터를 설치한 삼락원이다.



이렇게 변신한 외사양마을 주요 시설로는 진안역사박물관 가위박물관 명인명품관 등 박물관·전시관, 마이정원 마이돈농촌테마공원 생태공원 등 각종 공원, 마이키즈카페 등 어린이들을 위한 테마파크, 진안의 특산물인 홍삼을 활용한 최대 규모의 홍삼스파와 홍삼빌(호텔), 진안에서 자생하는 약초를 심어놓은 산약초타운 등이 있다. 또 지질공원 거점센터, 3성급호텔인 진안고원 마이스테이, 마이테라피타운, 마이리 힐링공간, 지오트레일, 남북부 모노레일 등이 추진되고 있다. 마이산 관광의 핵심인 남부의 탑사를 찾는 관광객들을 북부로 유인하여 체류형 관광지로 조성하려는 취지이다.



외사양마을 입구쪽에 있는 농장(삼락원)에서는 곧바로 산책로로 연결된다. 내가 새벽에 즐겨 가는 길은 집에서 출발해 북부공영주차장-마이정원-천황문(천왕문)-암마이봉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코스다. 대략 6㎞ 거리로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는데 완만한 경사와 급경사가 적당히 어우러져 있어 운동효과를 노리는 나에게 적당하다.



농장에서 공영주차장을 지나 왼편에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마이정원이 있다. 여기는 산을 깎아서 평평하게 만든 곳으로 미로·돌담·어린이소리공원, 생물쉼터·보라·향토·보라·꽃향기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꾸며졌다. 마이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이 정원에서는 봄엔 튤립, 수선화 등 구근식물, 여름엔 수국 금계국 개양귀비, 가을엔 핑크물리와 억새 등 그라스류가 만발한다.



마이정원 끄트머리에 있는 진안역사박물관을 지나면 ‘연인의 길’을 따라 올라가거나 사양제 저수지 옆길을 따라 갈 수 있다. ‘연인의 길’은 천황문까지 이어진 옛 도로(1.5㎞)로 경사가 완만하고 숲이 무성한 천혜의 산책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남녀가 만나서 프로포즈까지 이어가는 ‘연인의 길’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군데군데 만들어놓은 스마일존-포옹존-뽀뽀존-키스존-하트존 등의 조형물은 너무 유치찬란하고 조악하다. 남녀 동상 외모도 도대체 한국사람 같지가 않고, 그 동작도 어색하여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사양제 저수지 옆 도로는 봄철 마이산 벚꽃길 명소다. 농업용 저수지인 사양제는 내가 어릴 적 할머니 몰래 가서 친구들과 수영도 하고 물고기도 잡았던 방죽이다. 당시 어른들은 방죽에 물귀신이 살고 있어서 들어가면 발이 잡혀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하며 절대로 가지 못하게 했던 금지구역이었다. 특히 할머니는 나의 숙부가 서른다섯 젊은 날에 아이 셋을 남겨놓고 물놀이 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물 근처에는 아예 얼씬도 못하게 했지만 어린 아이의 호기심을 막지는 못했다.



사양제 안에는 20미터 이상 치솟는 분수와 수변데크를 설치했고 둘레에는 ‘맨발 걷기 좋은 길’도 있다.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 저수지에 담긴 마이산 그림자가 연출하는 아늑한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나에게 마이산 주변 절경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여기를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멋지다. 다만 저수지 중심부에 口형태로 만든 수변데크가 눈에 거슬린다. 호수는 밖에서 볼 때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데, 굳이 중심부까지 걸어가는 수변데크를 그렇게 우악스럽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국내외 호수를 많이 다녀봤지만 연꽃을 보기 위한 호수 외에는 이런 데크를 본 기억이 없다.



사양제에서 가위박물관을 지나면 마이산 두 봉우리 사이 고개로 올라가는 긴 계단이 있다. 50여년전, 할머니를 따라서 마이산에 갈 때만 해도 비탈길의 엉성한 돌계단을 힘겹게 오르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널찍널찍한 나무 계단으로 돼 있어서 노약자들도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무려 508개에 이르는 계단 양쪽 옆은 깊은 숲이라서 늘 시원하고 짙은 숲 내음이 향긋하다. 또 이른 새벽녘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계단 끝에 있는 천황문은 바로 수마이봉과 암마이봉 사이의 고개마루다. 지형적으로 마이산을 기준으로 북쪽으로 흐르면 금강, 남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이 되는 분수령이다. 마이산은 태조 이성계와 얽힌 개국 설화가 내려온다. 이성계가 남원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한양으로 가던 중 마이산을 찾았는데 꿈에서 금척(금으로 된 자)를 받았고 나중에 조선을 세웠다는 얘기다.



천황문에서 암마이봉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지만 대부분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오르기 어렵지 않다. 멀리서 볼 때는 경사가 60~70도 정도 되는 산을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가보면 ‘이 정도였어?’라는 말이 나온다. 내 걸음으로는 천왕문에서 마이산 정상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 20~30㎞까지 보일 정도로 툭 트였다. 마령, 백운, 정천 등 주변 면 소재지 마을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마이산은 약 1억년전 고원생대 및 백악기에 형성된 지질자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진안·무주 국가지질공원의 중심이다. 호수에서 형성된 퇴적암의 일종인 역암으로 이루어져 있는 마이산은 겉에서 볼 땐 마치 돌과 시멘트를 섞어서 만든 콘크리트 같다. 여기서 물고기 화석이 나왔다고 하니 그 옛날 호수였던 게 분명하다. 이러한 지질학적 특징 때문에 국내 지질학과 학생과 전공자들이 매년 마이산 현장을 탐방하고 있다. 올 하반기 개관하는 지질공원 거점센터를 통해 홍보를 잘 한다면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삼락원에서 가까운 산약초타운 쪽으로도 훌륭한 산책로가 있다. 동부병원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가면 유아숲체험원과 어린이공원이 있고, 숲길로 이어진다. 2010~2014년 100억원이 들어간 산약초타운에는 강활, 작약 등 103종 20만주의 약초와 소나무, 설탕단풍나무 등 80 종 11만주가 식재돼 있다. 여기서는 봉두봉을 거쳐 암마이봉으로 갈 수 있다.



외사양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내 기억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인 것 같다. 당시 사양제 인근에서 탑사로 넘어가는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부지 확보와 시공자까지 확정했으나 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무산됐다. 그럼에도 군은 꾸준히 일대 부지를 매입 수용하여 2014,5년 무렵부터는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 현재와 같은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었으나 이용자는 별로 없는 편이다. 내가 두 달 넘게 삼락원에 머물면서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나가지만 도대체 관광객을 만날 수가 없다. 주중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어쩌다 네댓명 만날 정도이니 안타깝다.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훌륭한 조경시설물을 혼자 이용하는 황제산책을 매일 즐길 수 있으니 좋지만 한편으로 이용자 숫자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하루라도 빨리 남부 마이산과의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사업이 시행되야 한다. 그 일환으로 2018년에도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재추진했으나 환경단체의 반대로 중단되고 말았다. 그 이후 군은 케이블카 대신에 모노레일를 설치하기 위해 용역을 마쳤으나 추진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어쨌든 산책을 즐기는 나로서는 천국을 만난 셈이다. 거의 매일 아침마다 암마이봉을 다녀오고 저녁엔 사양제나 산약초타운을 돌다보면 활력과 행복의 도파민이 절로 솟는다. 요즈음 사상 유례없는 찜통더위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어도 진안은 서울이나 전주보다 3~5도 낮을 정도로 시원한 편이니 산책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고지대 산골마을이라 그런지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지니 아무리 더운 날에도 아침 저녁으로는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다. 삼락원에 쉼터를 짓고 처음 맞이하는 여름, 전국이 펄펄 끓는 요즘 진안에 산다는 게 정말 다행이고 행복하다. 최진환(객원 논설위원)



외사양마을 앞산을 깎아서 조성한 마이정원에 수국(스트롱 아나벨)이 탐스럽게 피어있다. 마이정원에는 미로공원, 돌담공원, 어린이소리공원 등이 이어져 있어 다양한 꽃들을 보며 산책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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