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지역에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반갑다.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고, 오래 비어 있던 공간에 불이 켜지고, 새로운 사람이 지역에 들어오면 우리는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지자체도 창업을 지원하고, 다양한 사업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그런데 몇 년 동안 지역에서 사업을 이어오며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시작하는 사람만큼, 계속하는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목표가 분명하다. 공간을 만들고, 제품을 개발하고, 손님을 만날 준비를 한다.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이 있다. 하지만 문을 연 다음부터는 전혀 다른 시간이 시작된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만들어 놓은 것을 매일 지켜내는 일이다.
처음에는 나 역시 몰랐다. 좋은 공간을 만들고 좋은 음식을 준비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운영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사람이 필요하고, 시설은 고장 나고, 재료비는 오르고, 계절에 따라 손님의 수는 달라진다. 어제 잘했던 일이 오늘도 잘된다는 보장도 없다. 작은 선택 하나가 비용이 되고, 그 비용들이 모여 한 달의 경영이 된다.
지역에서는 그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려면 먼 곳까지 찾아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 도시에서는 쉽게 해결되는 일이 지역에서는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국 지역에서 오래 사업한다는 것은 매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를 매일 해결해 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공한 공간을 보면 결과부터 바라본다. 손님이 많다거나, 유명해졌다거나, 매출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그 공간이 오늘까지 문을 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택을 반복했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요즘 '성공'이라는 말보다 '지속'이라는 말에 더 마음이 간다.
한 번 잘되는 것보다 다음 해에도 문을 여는 것, 유행하는 공간이 되는 것보다 시간이 지나도 자기 색깔을 잃지 않는 것, 빠르게 커지는 것보다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오래 가는 것. 지역에서는 어쩌면 그것이 더 어려운 성공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래 버틴다는 것은 단순히 한 사업체가 살아남았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그 시간 동안 지역을 이해하는 경험이 쌓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지며, 실패와 해결의 기록이 남는다. 처음에는 도움을 받아야 했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 누군가에게 경험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한 사람에게 축적된 시간은 결국 그 지역이 가진 자산이 된다.
지역 정책도 이제는 시작 이후를 조금 더 바라봤으면 한다. 창업 교육과 초기 지원도 필요하지만, 3년을 버틴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5년을 지나고 있는 사업자가 어떤 벽을 만나고 있는지 묻는 일도 중요하다. 시작하는 백 명을 만드는 것만큼 그중 몇 명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지역의 자산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속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반드시 지원금만은 아니다. 때로는 필요한 정보를 연결해 주는 일이고, 성장 단계에 맞는 전문가를 만날 기회를 만드는 일이며, 이미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다음 단계로 연결해 주는 일일 수 있다. 시작할 때와 5년 뒤의 고민은 분명 다른데도 우리는 종종 같은 방식의 지원을 반복한다.
나 역시 아직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몇 년을 운영했다고 해서 쉬워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질 것이 많아지고, 지켜야 할 것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무엇을 새롭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려야 오래 갈 수 있을지를 더 많이 고민한다.
그래서 이제는 빠른 성장보다 단단한 지속을 선택하고 싶다.
지역에는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 새로운 공간도, 새로운 도전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이미 시작한 사람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환경이다. 하나의 가게가 10년을 버티고, 하나의 기업이 사람을 고용하며 지역에 남고, 그 경험이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질 때 비로소 지역의 시간이 쌓인다.
새로운 시작은 지역에 활기를 만든다. 그러나 그 시작을 역사로 만드는 것은 결국 지속이다.
지역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것을 새로 시작했는가가 아니라, 시작한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자신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는가에서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웨스턴빈(라하트) 대표 이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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