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미래]종이신문과 책 읽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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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내 하루는 조간신문을 펼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신문을 읽으며 머리를 깨우고 세상과 만나는 시간이 곧 하루의 첫 일과이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종이신문은 신뢰할 수 있는 사실을 파는 곡간”이라고 말하며, 아침마다 종이신문을 읽는 습관을 소중히 여긴다고 한다. 그 말처럼 신문은 세계 여러 나라의 소식과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폭넓게 담아내며, 오늘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함께 마음에 새길 삶의 양식을 전해 준다. 특히 사설과 논설, 칼럼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사물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안목을 길러준다.

디지털 시대가 일상이 된 지금도 종이신문은 여전히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종이를 넘기는 촉감, 활자로 인쇄된 문장을 따라가며 깊이 몰입하는 경험은 전자기기가 쉽게 대신할 수 없는 감성을 선사한다. 화면을 스쳐 지나가는 정보와 달리 종이신문은 독자의 시선을 붙잡고 생각할 여유를 준다. 물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에게 이러한 이야기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감상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종이책과 종이신문이 꾸준히 읽히고 있는 현실은 종이 매체의 미래가 결코 비관적이지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활자를 일일이 조판하던 식자 시대를 지나 전자인쇄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쇄 과정은 훨씬 효율적이고 신속해졌다. 비록 실시간 뉴스 전달에서는 디지털 매체를 따라가기 어렵지만, 종이신문은 깊이 있는 분석과 신뢰성 높은 정보라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될 때마다 종이책 판매가 많이 증가하는 현상 역시 종이 인쇄물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성급한 판단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책 또한 마찬가지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이전에도 인류는 바위와 점토판, 나무와 대나무 등에 문자를 새겨 기록을 남겼다. 이후 종이가 발명되고 인쇄술이 보급되면서 책은 지식을 전승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로 자리 잡았다. 500여 년 전 편찬된 중국의 사서삼경은 오늘날에도 종이책으로 읽히며 동양 고전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성경 역시 수많은 인쇄본으로 보급되어 인류의 신앙과 삶의 지침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보인 팔만대장경은 목판인쇄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문자와 기록이 인류 문명을 어떻게 계승해 왔는지를 잘 증명한다. 종이에 기록된 글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저자의 사상과 정신을 담아 후세에 전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문자의 역사는 곧 문명의 역사이기도 하다. 학문의 발전과 함께 수많은 서적이 만들어졌고, 책은 후세 교육의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종이책은 인류가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전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문명의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신문 또한 시대를 기록하고 사회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식 매체라 할 수 있다.

신문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악타 디우르나(Acta Diurna)'라는 공공 게시판을 통해 정치와 군사, 법률 등 국가의 주요 소식을 시민들에게 알렸는데, 이는 오늘날 신문의 기원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공개적 정보 전달 체계는 로마 제국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데에도 일정 부분 이바지하였다. 중국 당나라 시대에는 정부가 직접 정보를 전달하는 관영 매체가 운영되었으며, 15세기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 발명 이후 신문은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직지』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구텐베르크보다 78년 앞섰다는 사실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이후 17세기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 근대적 신문이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1690년 최초의 신문이 발행되었다. 1851년에 창간된 뉴욕타임스는 정확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지금도 세계인의 신뢰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이 민간이 발행한 최초의 근대 신문이었다. 독립신문은 한글 사용을 확대하고 국민의 계몽과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사회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경제적 어려움으로 폐간되었지만 그 정신은 오늘날 한국 언론의 발전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종이신문을 찾는 독자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종이신문은 전체 지면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정보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심층 기사와 해설을 통해 독자의 사고를 더욱 깊게 만든다. 또한 화면을 오래 바라볼 때보다 눈의 피로가 적어 장시간 읽기에도 유리하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신문을 통해 한글을 익혔고, 지금도 신문의 논리적인 기사와 칼럼을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있다. 좋은 글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고 보이지 않는 동료애를 느끼는 것 또한 신문이 주는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신문 한 부가 독자의 손에 전달되기까지는 수많은 기자와 편집자, 인쇄와 배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이 담겨 있다. 그들의 헌신 덕분에 우리는 매일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접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도 종이신문과 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깊이 있는 사고와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소중한 문화 자산으로 오래 남기를 바란다. 독자와 함께 호흡하며 시대를 기록하는 신문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우리 사회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신동화(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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