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불확실성이 불안을 양산하는 시대에 우리는 ‘잘 사는 법’보다 ‘버티는 법’에 익숙하다. 고통스러운 삶을 버티기 위해 때론 철학서를 들기도 하는데, 서구 철학의 기존 가치에 쇠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는 삶이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식의 상투적인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오히려 불공평하며 최선을 다해도 배반당하기 일쑤인 삶의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라고 조언한다. 이 지점에서 니체는 질문의 방향을 전환하고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화두를 던진다.
이 책의 제목인 ‘위버멘쉬(Übermensch)’는 흔히 ‘초인’으로 번역되며 남보다 강하고 뛰어난 존재를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이 그리는 위버멘쉬는 타인을 이기는 자가 아닌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존재에 초점을 맞춘다.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기 삶의 가치를 스스로 창조해 나가는 주체적 인간상이 그것이다. 갈수록 확장되는 소셜 미디어에 주체가 종속되거나 타인의 삶에 자신의 삶을 비교하고, 자신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것에 두는 현대는 니체 사상의 방법론으로서 위버멘쉬의 태도가 요구되는 시대다. 타인에게 의존하고 비교하던 삶의 방향 키를 주체에게 되돌려 놓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은 위버멘쉬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자기 계발의 언어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가난과 질병, 상실과 같은 현실의 고통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고통을 완전히 제거하는 힘이 아니라 그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피할 수 없는 조건 앞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그 경험마저 삶의 일부로 품어 안으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곧 니체가 말하는 자기극복의 출발점이다. 극복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며 원환체처럼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물에 발을 담글 수 없는 것처럼 존재의 깨달음은 진전한다.
시련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상처를 지나며 타인을 이해해 가는 과정은, 겉으로 제자리인 듯 보여도 삶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내적 성장의 시간으로 자기 극복의 핵심이다. 더하여 이 책은 니체의 철학을 인간관계와 감정, 일상적 삶의 태도라는 현실적 영역으로 매끄럽게 끌어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덕분에 철학적 배경지식이 부족한 독자도 니체의 사상에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다. 하지만 문장이 직관적인 만큼 단순히 ‘고난을 이겨내고 성공하라’는 지침서로 오해할 위험도 공존하므로 ‘위버멘쉬’에 대한 메타인지적 식견이 요구된다. 말하자면 완성된 성공의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기존 가치에 질문을 던지는 역동적 과정의 연속임을 깨닫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속독하기보다 숙독이 답이지 싶다.
철학은 당장 물가를 내려주거나 실패를 순식간에 성공으로 바꿔주지 않는다. 그러나 비바람을 견딘 나무가 뿌리 깊어지는 것처럼 존재를 일으키는 내적 힘이 곧 위버멘쉬일 것인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니체가 전하는 긍정의 메시지라 하겠다.
김혜영 작가는
* ‘수필과비평’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수필미학’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부안학생교육문화관 공감독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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