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태풍’이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의 티폰(Typhon)에서 비롯된다. 거대한 힘으로 폭풍을 일으키는 존재로 묘사된 티폰처럼 태풍은 예로부터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태풍’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기상연보 50년」(1904~1954)에서부터이지만 그 위협은 훨씬 이전부터 기록되어 왔다.
고구려 모본왕 2년(서기 49년)에는 폭풍으로 나무가 뽑혔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시대에도 폭풍과 호우로 가옥이 유실되고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과거 문헌 속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듯, 명칭만 달랐을 뿐 조상들이 겪었던 거센 폭풍우는 오늘날 태풍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으며 현재는 기후변화로 인해 그 위협이 한층 더 거대해지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AR6)를 통해,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지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1℃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대기와 해양이 따뜻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상황은 특히 더 심각하다.『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 상승폭은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가 초강력 태풍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25년 사이 전북특별자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36개에 달하며, 2002년 루사, 2012년 덴빈·볼라벤, 2011년 무이파, 2003년 매미, 2010년 곤파스가 태풍 피해액 상위 5위를 차지했다. 그중 루사는 가장 큰 재산 피해를 남긴 태풍으로 전북특별자치도에 약 2,928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발생시켰으며, 덴빈·볼라벤은 약 1,039억 원, 무이파는 781억원의 재산적 피해를 남겼다.
이처럼 한순간에 평화로운 일상을 무너뜨리며 수많은 이재민과 과수 낙과 등 농작물 피해, 시설물 파손 등 지역사회 전반에 큰 피해를 초래하는 태풍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태풍이라는 자연의 거대한 힘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철저한 사전 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최근 기상청은 국민과 방재 기관이 태풍정보에 더 신속하고 직관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크게 개선하였다. 우선 태풍의 강도 표현 방식을 기존에 ‘-, 중, 강, 매우강, 초강력’의 표현에서 ‘강도 1~5’의 숫자 체계로 변경하였고, 강도별 색상(초록, 파랑, 노랑, 주황, 빨강)과 숫자를 조합한 아이콘을 새로 도입하여 위험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또한 방재 기관과 지자체를 대상으로는 태풍의 발달 과정과 예측 근거가 담긴 ‘태풍 해설서’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신속한 대처를 돕고 있다. 이러한 기상청의 직관적인 정보 제공에 발맞추어, 우리 역시 태풍 대비 행동 요령을 미리 숙지하고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기상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등 적극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현대 과학은 태풍의 변화를 경고하고 있다. 더 강력한 태풍이 올 것이라는 이 엄중한 경고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점은, 기록하는 것에 머물렀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과학기술을 통해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태풍의 위험성이 커지는 지금, 이제 남은 것은 그 경고를 외면하지 않고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일 것이다./기상청장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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