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며칠 전 국회에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통과됐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소셜벤처 등 시민의 힘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해 온 다양한 경제주체들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법이다. 이윤만을 앞세우는 경제가 아니라, 협력과 연대의 힘으로 지역과 민생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선언이다.
그런데 정작 익산의 현실은 이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를 키우겠다고 나서는 시점에, 익산시는 오히려 전국적인 성공 모델로 평가받아 온 로컬푸드직매장 어양점을 갈등과 파행의 한복판으로 몰아넣었다. 10년 동안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일군 협동조합형 로컬푸드 모델이 행정의 일방적 판단과 강경 대응 속에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어양점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다. 생산농민에게는 안정적인 판로였고, 시민에게는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 공간이었다. 지역 안에서 생산하고, 지역 안에서 소비하며, 그 이익이 다시 지역으로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어 온 소중한 시민순환경제의 현장이었다. 2018년과 2025년 두 차례 협동조합 대상을 수상했고, 연매출 100억 원을 넘어섰다. 익산이 자랑할 만한 전국 최고 수준의 로컬푸드 협동조합 모델이었다.
익산시가 특정 목적을 갖고 운영상의 미비점에 불법과 횡령, 배임 등의 프레임을 덧씌우는 방식으로 10년 동안 쌓아온 협동조합의 성과와 농민의 판로, 시민의 먹거리 권리까지 한꺼번에 흔든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정헌율 전 익산시장은 공개된 자리에서 로컬푸드협동조합 이사장과 조합원들을 향해 “범죄혐의자”, “배임·횡령”이라는 말로 몰아세웠다. 수백 명의 시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나온 매우 무거운 말이었다. 그 말은 한 개인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 900여 농민 조합원과 어양로컬푸드를 일궈온 공동체 전체에 ‘불법’과 ‘범죄’의 낙인을 찍는 말이었다. 그러나 최근 조합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상황에서, 이제 그 낙인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최근 최정호 익산시장이 협의체를 구성해 어양점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고 밝힌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우려가 크다. 익산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이유로 기존 조합 이사장 등 직접 당사자를 협의체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갈등조정을 위한 협의체는 행정의 결론을 정당화하는 장치가 아니다. 이미 정해진 방향을 시민에게 설명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도 아니다. 특히 익산시와 협동조합이 서로 고소하며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쪽이 자료를 독점하고, 한쪽의 주장만 회의의 출발점이 된다면 협의체는 갈등을 풀기는커녕 또 다른 불신을 키우게 된다.
협의체는 낙인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실을 균형 있게 확인하고, 신뢰를 회복하며, 정상화의 길을 찾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진정성 있는 협의체라면 기존 협동조합과 조합원 등 핵심 당사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익산시가 가진 자료만이 아니라 협동조합의 자료와 반론, 현장 농민과 소비자의 목소리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그래야 협의체가 행정의 거수기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장이 될 수 있다.
특히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운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시적 정상화 방안이다.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농민의 판로가 막히고, 소비자의 이용권이 제한되며, 직원의 고용불안이 커져서는 안 된다. 정상화와 검증, 개선과 신뢰 회복은 함께 가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사회연대경제의 제도적 기반을 세우는 시점에, 익산시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익산은 협동조합을 지역의 파트너로 볼 것인가, 아니면 행정의 뜻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밀어낼 수 있는 대상으로 볼 것인가. 로컬푸드는 단순한 유통사업이 아니다. 지역농업을 살리고, 시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지키며, 지역경제의 순환을 만드는 사회연대경제의 핵심 현장이다.
최정호 시장에게 바란다. 어양로컬푸드 사태를 전임 시정이 남긴 부담 정도로 보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민선 9기 익산시정이 시민과 농민, 협동조합을 어떤 태도로 대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다. 협의체를 만든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시민이 신뢰하며, 실제 정상화로 이어지는 협의체여야 한다.
전국 최고의 로컬푸드 협동조합 모델을 무너뜨릴 것인지, 아니면 사회연대경제 시대에 걸맞은 익산형 로컬푸드 모델로 다시 세울 것인지는 지금 익산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익산시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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