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과 통증 그 너머의 회복

문성환, '신문지 속 고기 반 근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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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문성환 작가의 첫 시집이자 그림시집인 '신문지 속 고기 반 근의 무게(도서출판 기역)'는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붙잡은 생의 기원에서 시작된 내밀한 고백이다.

1990년, 온몸에 붉은 소독약을 바른 채 가슴에 여섯 개의 관을 꽂고 사투를 벌이던 열일곱의 막둥이. 그 소년의 곁을 지키며 발을 동동 구르던 어머니의 사랑과 가난이 빚어낸 34년 간의 통증, 그리고 공황의 바다를 건너온 저자의 생생한 숨결이 4부의 묵직한 시와 그림으로 담겼다.

이 시집은 단순한 슬픔의 나열이 아니다. 차가운 공기보다 시린 외로움과 싸우며 버텨온 날들 속에서, 마침내 어머니와 자신의 심장 무게가 온전히 포개어지는 순간을 마주하는 경이로운 치유의 여정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 들고 오시던 까만 봉지 속, 신문지에 꽁꽁 싸인 ‘고기 반 근’은 지독한 가난을 버텨내게 만든 거대한 중력이었으며, 마침내 그것이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뜨거운 심장 무게(반근, 300g)였음을 깨닫는 서늘하고도 따뜻한 자각은 이 시집을 관통하는 ‘무게로 치환된 삶과 사랑’을 보여준다.

휑한 마음밭에 내린 세찬 소나기처럼 모질고 거칠게 찾아온 불안과 공황, 질긴 가난의 기억을 거침없이 헤치며 마침내 가슴을 펴고 첫 숨을 쉬기까지의 과정은 불친절하고도 치열한 내면의 기록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모든 상처와 거절의 터널을 지나 비로소 경계 없이 세상과 녹아들며 자신의 삶의 질량을 온전히 품어 안는 비대상의 열린 공간으로의 영혼의 날갯짓을 펼쳐 보인다.

지은이는 세상의 색(色)과 형(形)을 다루며 타인의 욕망을 디자인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반평생을 보냈다. 정작 자신의 내면은 낯설고 차가운 공간에 내달아 둔 채, 보이지 않는 통증과 오랫동안 불온한 동거를 이어왔다.

오랜 시간 갈함으로, 자신을 등진 채 견고한 성벽을 쌓고 살았으나, 쉰 살의 문턱을 넘어선 어느 날 비로소 성벽 아래 숨어 떨고 있던 소년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이제 지은이는 평생 자신을 붙들고 있던 공황의 바다 속 무거운 숙명과 작별하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다시 불안하지 않는 법을 애써 익히고 있다.

이 시집은 그 지독했던 줄다리기를 끝내고 마주한, 맑고 투명한 삶의 전언이다.

투박하고 아직도 부끄러운 문장들은, 1980년대 학생운동 그 뜨거운 공기마저 고뇌와 번민으로 녹여냈던 지은이 형의 손때 묻은 낡은 낙서장에서 시작됐다. 그 속에서 꿈틀대던 격정의 단어들은 영감의 원천이었으며, 그로부터 기인한 서툰 전언은, 역시나 힘들고 고단했을 두 형제의 안식과도 같은 농도 짙은 여백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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