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최근 세계 곳곳의 대형 화재 참사 현장을 보면, 죽음의 원흉은 단순한 화염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유독가스와 연기에 의한 질식이 인명 피해의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매년 발생하는 아파트와 호텔 등의 숙박시설, 실내체육시설, 병원, 대형 상가 등 다중이용시설의 화재 뉴스마다, ‘연기에 놀라 미처 대피하지 못한 희생자’가 반드시 뒤따르고 있습니다. 고작 몇 분 만에 건물을 삼켜버리는 ‘화재’는 곧 ‘연기’와의 싸움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실내 화재 사망 원인의 절반 이상이 바로 연기 흡입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피난 기초 장비인 ‘방연마스크’를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소화기는 곳곳에 있지만, 정작 ‘숨 쉴 권리’를 지켜주는 장비는 존재하지 않는 것 입니다.
그에 반하여 이웃나라 중국은 달랐습니다. 2022년 전국 두회(两会)에서도 유명 호텔 화재 사건 이후, “방연마스크, 휴대용 피난구급상자 의무화”가 공개적으로 논의되었고, 현재 대부분 대형 숙박시설에서 방연마스크 비치가 상시 관리되고 있습니다.
2022년 개정된 고층 민용 건축 소방안전관리규정에 의해 고층호텔·병원·상가 등 주요 다중이용시설에 ‘화재대피용 방연마스크’의 객실별, 피난구별 의무비치가 다음과 같이 명확히 규정되었습니다.
## 1. 중국의 화재대피용 방연(防烟) 마스크 의무비치 법규
중국은 2022년 5월 1일 시행된 「中华人民共和国消防法」(중화인민공화국 소방법) 및 「旅馆业治安管理办法」(호텔업 치안관리방법), 그리고 2022년 개정 「高层民用建筑消防安全管理规定」(고층민용건축 소방안전관리규정) 등에서 다중이용시설의 화재피난 안전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高层民用建筑消防安全管理规定」 제34조에서는 고층호텔, 병원, 쇼핑몰 등 다중이용건축물에 다음과 같은 규정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 각 객실·피난구에 피난용 방연마스크(防烟面具), 손전등 등 피난 보조물을 비치하고,
- 그 사용법을 안내해야 하며,
- 실제 현장 점검 시 비치 및 관리상태를 엄격하게 확인해야 함
- 지자체 소방부서가 정기적으로 이행 여부를 감독, 미준수 시 벌금 및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부과할 수 있음 등입니다.
단순히 비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법까지 안내하고, 소방당국이 이를 주기적으로 감독합니다. 사실상 ‘방연마스크 없는 객실은 영업할 수 없다’는 강력한 조치가 현실이 된 것입니다. 그 배경엔 반복된 대형 화재 사고와, 그로 인한 비극의 교훈이 있었다고 합니다.
방연마스크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닌 생명줄이며 생명보험입니다. 화재 시 단 몇 초 만에 유독가스를 차단하여, 골든타임 내 안전한 피난을 가능하게 합니다. 진입로가 차단된 고층건물 화재 현장에서 몇 개의 방연마스크가 더 있었다면, 되살릴 수 있었던 수많은 생명을 생각해 봅니다. 대한민국도 어디선가 또 한 번 대형 화재의 비극이 닥치기 전, ‘방연마스크 의무비치’와 같은 최소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특히 호텔, 병원, 실내체육관, 영화관, 대형마트, 다중이용 건축물 등은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어렵고, 어린이·노약자가 많이 찾아 연기 노출 위험성이 더 큼니다. 최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도 이미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실효성을 입증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경제적 비용, 관리의 번거로움, 도난 또는 파손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그러나 소방법을 개정해 의무화하고, 지자체와 소방당국이 주기적 점검과 실효성 있는 지도계몽에 나선다면 충분히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대형 참사 한 번의 경제·사회적 피해에 비하면, 미리 갖춰둘 방연마스크 수백, 수천 개의 비용 따위는 비교조차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입니다. 이제는 ‘사고 이후 대책’이 아니라 ‘사고 이전 대피준비’가 필요합니다. 작지만 결정적인 준비 하나가, 누군가의 생사를 결정짓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고 봅니다.. 중국, 일본, 대만이 이미 걸어간 그 길을 대한민국도 서둘러 따라가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국회와 정부, 그리고 시민 모두가 ‘방연마스크 의무비치’ 법제화에 관심과 의지를 쏟을 때입니다. 결국 작은 변화가, 반드시 생명을 지킵니다./두재균(전주 소피아여성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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